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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질문

기자명 성진 스님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자라고 평가되는 리처드 파인만은 1965년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도식화한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1~2학년생을 위한 기초 물리학 강의를 책으로 엮은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전 세계 물리학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전설의 책이다.

필자가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들었던 것은 ‘나는 원소인가’라는 글이다. 글 내용은 인간이나 돌, 쥐의 꼬리, 파리의 뒷다리, 빗물 등 모든 것이 전부 원소라는 기본 단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파리의 다리가 언제든 원소로 흩어져서 다시 인간의 치아를 구성하는 원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불교를 기존의 과학과 학문적 관점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였기에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인연지어 있으며 ‘반야심경’의 불생불멸이라는 가르침을 물질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모습과 이름으로 바뀌어 순환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마치 불교의 과학적 해석을 만난 것 같은 기쁨과 신기함으로 기억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자에게 파인만의 양자물리학은 단 하나의 단어를 화두처럼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왜”라는 단어이다. 

위의 자석 이야기에서 어린 시절 자석 주변에 쇳가루를 뿌려 나타나는 여러 모양의 쇳가루 선들을 보고 자기력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본 기억은 없다. 왜 자기력이 생기는 것이고, 꼭 자석만 그런 것인지? 쇳가루가 붙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왜 곡선의 형태로 자기력이 나타나는 것인지? 더 이상 질문은 하지 못하고 그냥 그 선의 모양을 외우고 선의 화살표 방향을 외어 시험의 정답을 찾았다. 그리고 호기심과 생각은 더 이상의 확장을 멈추고 말았다. 그냥 자기력을 외우는 것으로 자기력을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이 단어를 사용하고 또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있다. 파인만이 광장에서 어느 광대가 세 개의 접시를 긴 꼬챙이에 올려놓고 돌리는 것을 보고 ‘왜? 접시들은 비슷한 모양으로 빙빙 돌고 있는가?’라는 호기심에 답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로 훗날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한 ‘파인만의 다이어그램’이다. 이러한 학습 습관으로 얼마나 많은 현상을 자신이 아는 줄 알고 판단하고 확정하고 우기고 나이와 지위로 옳은 것이라고 강요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이러한 어리석은 습관을 고쳐 나갈 수 있게 된 것은 출가해서이다. 필자의 삶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을 단 한 번이라도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들지 않게 해주신 분이 있다. 바로 은사스님이시다. 자신의 마음을 봐야하는 수행에 있어서 숨 하나하나의 느낌과 상태를 질문할 수 있었고, ‘원래’라는 그리고 ‘당연하다’라는 말보다 ‘왜?’라는 질문과 의심을 자신의 내면으로 쉼 없이 던지는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깨우치게 해 주셨다.

파인만은 어떤 현상에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질문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최고의 발견이라고 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면 고타마 싯다르타는 석가모니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왜 죽는가를 묻지 않았다면 태어남이라는 답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파인만이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한 ‘파인만의 다이어그램’은 연구에 지친 파인만이 광장에서 어느 광대가 세 개의 접시를 긴 꼬챙이에 올려놓고 돌리는 것을 보고 ‘왜? 접시들은 비슷한 모양으로 빙빙 돌고 있는가?’라는 호기심으로 출발한 의문에 대한 답이다. 

거창한 노벨상이나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이 아니더라고 우리사회나 자신의 삶속에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는데 이제 와서 왜? 라는 주변의 말이나 그냥 이대로 가자는 것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까지 하지 않은 질문과 의문을 던지는 것에 좀 더 용기를 냈으면 한다.

성진 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부교구장 sjkr07@gmail.com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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