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바른 정치가 불국토 향한 큰 걸음

출정식이다, 출마 선언이다, 정치권이 뜨겁다. 거기다 언론의 선정적 까발리기와 폭로까지 곁들이니 국민은 참으로 갈피를 잡기 힘들다. 얼마 동안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고 국가 운영의 방향타를 정하는 일을 앞두고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애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라면 당연히 우리 불자들도 정치적 의식을 점검하여, 현실의 정치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세워야 할 것이다.

혹시 불교는 초세간적인 종교이기에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참으로 불교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요 편견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인간의 모든 영위는 정치적인 것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문제를 다루고, 인간의 괴로움을 건지는 것을 근본으로 하는 불교가 어찌 정치와 무관할 수 있는가? 부처님께서도 수많은 통치자의 정치적 자문에 응해, 정치적 해결책을 제시하셨다. 사성 평등을 주장한 불교의 가르침은 당시 정치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주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내세우는 것은 소극적이고 도피적인 불교 이해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요즈음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다른 종교와 대비하면 그 신도 수에 비해 반의 반도 안 된다고 보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었다. 필자가 보기에 불교의, 그리고 불자들의 기본적인 성향은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크게 반성하고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의 정치를 가름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에 또다시 불교의 사회적 책무를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 정치가 한번 잘못되면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낳는가? 한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것에 비할 수 없는 구조적 괴로움을 낳는 것이 분명치 않은가? 그런 괴로움을 외면하고 개인적 구원의 차원에 매달린다면 불교는 영원히 후진적 종교가 되고 만다. 

그렇다고 불교가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모든 종교가 그러하듯이 매우 위험하고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에 관한 관심과 의식을 고취하되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러면서 정치를 올바로 이끄는 힘이 되는 종교! 어려운 이상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불국토 건설이라는 명제를 구체화하려는 불자와 불교의 노력이다. 애초에 불교와 불자들이 정치와 멀어지게 된 것은 바로 불국토 건설과 현실의 개혁을 둘로 보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다면 어떤 세상이 되어야 하는가, 지금 세상은 그런 점에서 무엇이 잘못되어 있는가를 보고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하지 않고, 아득한 관념적인 불국토만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와 관점을 바꾸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불교적인 비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참으로 많은 점이 드러난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에 흔들리지 않는 견실한 자세와 시각도 생길 수 있다. 다른 종교의 관점과는 다른 독특한 시각도 생긴다. 그것이 획일적이고 단일한 관점일 필요는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큰 테두리가 있기에, 어느 정도의 공통성과 유사성을 띠게 마련일 것이다. 현대 문명의 발전된 매체들이 있기에 그것들이 집약되고 표출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정치인도 불교의 가르침에 바탕한 미래상의 제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불교의 사회적‧정치적 역할이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일 것이다.

불교와 사찰의 재산권 문제 등 불교 교단의 직접적 이해와 관련된 요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불교와 정치의 관계는 하루빨리 넘어서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계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이라고 제시하면서 당당하게 정치를 이끄는 불교의 모습! 올바른 정치의 구현을 통해 불국토 건설의 큰 걸음을 성큼 내딛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