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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의 이치

기자명 황산 스님

인과는 단순한 믿음 아닌 이치
순행·역행·랜덤 등으로 나타나
선행해도 나쁜 결과 나올 수도
인과 초월하는 것은 원력의 삶

‘좋은 행동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하게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실제로 타인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도 부자나 권력자가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인과의 성질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인과는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명확한 이치다. 인과가 나타나는 것만 해도 순행과 역행, 랜덤 등으로 나눠진다. 인과가 순차적으로만 나타난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다.

원인의 씨앗은 조건이 돼야만 발아돼 현실화된다. 조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씨앗은 영원히 싹이 나지 않는다. 악행을 했을 때 그 씨앗은 조건이 돼야 성장해서 드러나게 된다. 그 조건이 순차적이지 않기에 악행을 해도 즉시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선행을 했는데 피해를 입게 되는 것도 악행의 씨앗이 선행과 동시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악행을 해도 복을 받는 것은 선행의 씨앗이 악행을 하는 동시에 펼쳐지기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그래서 역행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씨앗을 심었는지 모르는데다 그 싹이 돋는 조건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랜덤으로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 인과도 이렇게 예상할 수 있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고 태풍이 오는 것과 비슷하다.

인과응보는 시간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고유한 성질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상태, 개념 등에는 각각의 성질이 있다. 사람은 사람들만의 성질이 있고, 강아지, 사자, 나무, 물, 바람 등 삼라만상이 각각의 성질이 있다. 재물, 권력, 사랑, 신뢰, 증오 행복, 건강, 인기 등도 각각의 성질이 있는 것이다.

또한 공덕을 짓고, 복의 근본을 심었다고 해서 다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일을 하면 잘 살 확률이 높아지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좋은 일 많이 한다고 해서 모두가 BTS가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위에 어떤 지혜와 노력, 도전, 인연 등이 함께 해야 BTS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와 권력, 인기 등의 목적을 이룰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남에게 피해까지 줘가면서 이룰 수도 있다. 그 목적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은 공덕을 짓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했을 때 행복한지 불행한지, 얼마나 지속하는지, 그 방법이 선한지 악한지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당한 방법이 아닐 때는 성공이 오래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성불이나 잘 살고 싶다는 등의 뜻을 이루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원력(의도)이다. 원력이 중요한 이유는 인과에 관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관성이란 어떤 운동이 지속되려는 힘으로 사람의 업을 가진 이는 계속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고, 화를 잘 내는 이는 화를 계속 내게 하는 운동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특별한 원력이 없으면 운명대로 살아가지만 원력을 세우면 그 방향대로 움직여지게 된다. 원력이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뜻을 세워 행동을 계속하려는 것을 말하기에 원력을 세운다면 관성의 힘이 생겨 부처도 될 수 있고 전륜성왕이나 재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공덕이나 악행 등은 재료이다. 그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하느냐가 원력이라 할 수 있다. 악행을 해서 나쁜 일에 처해졌더라도 원력이 있으면 잘 극복하게 되어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된다.

정리하자면 인과는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조건이 돼야 나타나며, 모든 존재는 각각의 고유한 성질과 에너지가 있다. 그것에 지배당해 살아갈 수도 있지만 원력이 있다면 그것을 초월해 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인과에 대해 깊이 사유하면 사유할수록 인과응보에 대해 확신하게 될 것이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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