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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 불교가 빠진 이유

  • 기자칼럼
  • 입력 2021.07.05 17:13
  • 수정 2021.07.05 17:48
  • 호수 1593
  • 댓글 0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보건복지부는 6월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6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6기 위원회에도 현직 신부와 개신교 시민단체 실무자는 포함됐지만 스님과 불교학자들은 제외됐다. 6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민간위원들이 6월25일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보건복지부는 6월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6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6기 위원회에도 현직 신부와 개신교 시민단체 실무자는 포함됐지만 스님과 불교학자들은 제외됐다. 6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민간위원들이 6월25일 1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보건복지부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제6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가위원회)’ 위원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6기 국가위원회에는 현직 가톨릭 신부와 개신교 시민단체 실무자가 포함됐음에도 스님이나 불교학자는 이번에도 제외돼 궁금증을 낳았다.

국가위원회는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란으로 촉발된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 생명과학기술의 안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대통령 소속의 최고 심의기구다. 갈수록 첨단화되고 있는 생명과학기술과 관련해 생명윤리 및 안전성을 심의하고 연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의료 연구목적의 세포복제, 낙태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생명윤리와 관련한 국가적 의제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어느 국가기구보다 관심도가 높다.

그렇기에 국가위원회는 보건복지부·과기부·교육부·법무부·산업통산자원부·여성가족부 장관으로 하는 당연직 위원과 각계 대표로 구성된 14명의 위촉직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14명의 민간위원 가운데는 생명과학 및 의과학자로 구성된 과학·연구분야에서 7명, 종교·시민단체·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윤리분야에 7명이 각각 위촉된다. 민간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2005년 국가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최근 6기까지 구성된 민간위원에서 3기 위원회를 제외하고 으레껏 현직 신부가 포함되면서도 스님이나 불교학자들은 번번이 배제돼왔다. 1기에서는 이모 가톨릭대 신부가, 2기에서는 서강대 신학대학원장 우모 신부가, 4기에서는 1기에서 활동했던 이모 신부가 다시 선임됐다. 2018년 5기 국가위원회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지모 신부와 함께 개신교 시민단체인 한국YWCA 사무총장이 포함됐다. 올해 6월25일 출범한 6기 국가위원회에서도 가톨릭대 교수인 정모 신부와 함께 5기 위원이었던 한국YWCA 사무총장이 다시 위촉됐다.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몇몇 불자 의과학자와 불교학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사회이고, 각 종교마다 생명윤리와 관련한 교리적 해석이 다른 상황에서 기독교계 인사들만 국가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의 생명윤리 정책이 기독교 교리에 바탕을 둔 생명윤리로 편향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불교학계도 2000년대 초반부터 응용불교학 분야에서 생명윤리와 관련한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돼 관련 전공학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국가위원회가 기독교 인사를 주축으로 민간위원을 위촉한 것은 생명윤리와 관련해 각계의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국가위원회 출범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법보신문은 민간위원 선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해당 실무자에게 질의했다. 그 결과 뜻밖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올해 1월 6기 민간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유지재단에도 공문을 보내 적합한 인물 추천을 의뢰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법보신문이 확인한 결과 해당 공문은 전자문서 형태로 조계종에 전달됐지만, 총무원의 전자문서 처리시스템 미비로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상태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국가위원회라는 중요한 기구의 위원 위촉을 의뢰하면서 아무런 사전협의나 통보 없이 불쑥 이메일로 공문서를 전달한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리도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 같은 행정처리에 생명윤리와 관련해 자신들의 교리를 관철하기 위해 강한 입장을 표명해왔던 특정종교의 의중이 반영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더라도 국가기관에서 발송한 전자문서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참담한 일이다.

조계종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행정시스템을 점검하고 개편해야 한다. 또 국가가 진행하는 국민적 논의기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정부의 ‘편향정책’을 막는 길이며, 불교적 가치를 사회에 회향하는 첩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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