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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라니

기자명 이제열

극진한 암송으로 마음에 깃든 불성 체득

다라니엔 부처님 공덕·법문 담겨
대승불교 이후 광범위하게 권장
“남녀 성행위 운운”은 큰 왜곡
번역어보다 원문 암송이 바람직

불교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도와 수행법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다라니 암송도 불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기도 수행법이다. 불교의식에도 갖가지 다라니들이 등장하고 경전에도 온갖 종류의 다라니들이 설해진다. 이 중에는 특별히 다라니를 경전의 제목으로 삼은 경도 있다. 불자들이 자주 암송하는 ‘천수경’이 그 예이다. ‘천수경’의 본래명칭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이다.

다라니는 범어 드하라니(dharni)를 음역한 것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첫째는 총지(摠持)와 능지(能持)이다. 총지와 능지는 부처님의 모든 공덕과 법문을 빠짐없이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하나는 진언(眞言)과 주문(呪文)의 의미다. 진언과 주문은 진실한 말씀, 서원을 성취하는 경구라는 의미이다. 보통은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을 진언이나 주문이라 하고 긴 문장으로 이루어진 것을 다라니라 한다. 본래 부처님께서는 주술에 의지하거나 신봉하는 행위를 금할 것을 가르치셨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일어나고부터 주술은 다라니라는 명칭으로 적극적이고 광범위하게 권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다라니는 세속의 안락과 번영은 물론 불교의 궁극인 깨달음과 해탈을 목적으로 암송되었다. 불교수행은 정(定)과 혜(慧)를 통해 구경에 이른다. 간화선, 위빠사나, 염불과 마찬가지로 다라니암송 또한 정혜를 닦는 주요 방편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불자들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다라니들은 신묘장구대다라니, 수능엄다라니, 광명진언이다. 주요 종단의 하나인 진각종은 ‘천수경’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육자대명왕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신행방편으로 삼고 있다.

알다시피 부처님의 가르침은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방대한 가르침은 교리 상 크게 현교(顯敎)와 밀교(密敎)로 나눈다. 여기서 현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뜻으로 파악하고 알 수 있는 교리이고, 밀교란 비밀한 가르침으로써 뜻을 밝히지 않고 부처님의 신(身), 구(口), 의(意) 세 가지 행을 직접적으로 닦아 들어가는 교리이다. 금강승(金剛乘)에 해당하는 밀교수행의 중요 방편은 탄트라라는 삼밀법(三密法)이다. 삼밀법은 세 가지 비밀한 수행법이라는 의미로 수행자는 몸으로 앉아서 수인을 짓고, 입으로는 다라니를 외우며, 마음으로는 삼매를 익힌다.

혹 사람들 가운데 밀교를 잘못 인식하여 남녀의 성적인 행위를 통해 삼매를 얻고 대락(大樂)에 도달한다는 속칭 좌도밀법을 밀교수행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있으나 이는 크게 왜곡된 생각이다. 불교에 성행위를 수행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좌도밀법은 인도의 성애신앙과 불교가 결합하여 생긴 비정통수행법이다. 불교의 삼밀수행에서 구밀에 해당하는 다라니암송은 범어를 해석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를 외운다. 근래에 범어로 된 다라니를 한글로 해석하여 그 의미를 밝혀 놓은 경우가 많은데 실참수행에 있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다라니는 범어 그대로를 외우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옛 선지식들은 다라니를 설명하는데 있어 세 종류를 들었다. 하나는 일자(一字) 다라니로 글자의 수가 하나로 된 다라니이고, 또 하나는 다자(多字) 다라니로 글자의 수가 여러 자로 된 다라니이다. 마지막 무자(無字) 다라니라는 것이 있는데 이 다라니는 매우 특이하다. 이 무자 다라니는 글자로 나타낼 수 없는 다라니로 곧 중생과 부처가 지니고 있는 마음을 가리킨다. 마음이야말로 글자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일체의 모든 법들을 빠짐없이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생의 마음에도 부처님과 똑같은 덕성과 공덕이 함께하므로 마음이 그대로 다라니이다. 수행자는 일자와 다자로 된 다라니를 극친히 암송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에 깃든 불성으로써의 무자 다라니를 체득한다. 만약 누가 다라니 기도나 수행을 한다면 여러 종류를 암송하기보다는 한 종류만을 택하여 평생 동안의 수행법으로 삼는 것이 무방하다. 그것도 세속의 욕망을 채우는 목적보다는 선정과 지혜를 성취하려는 목적을 두는 것이 다라니의 종지와 부합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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