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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된 장애인 평등권

기자명 최종환
  • 법보시론
  • 입력 2021.07.13 10:08
  • 수정 2021.07.13 10:10
  • 호수 1593
  • 댓글 0

2021년 7월 여름. 대한민국은 UN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임을 인정받았다고 발표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것이다. 정부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홍보에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차별이 만연화 된 사회구조에서 발생되는 인권 문제로 무거운 부채감 속에 여전히 살고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계층화된 사회에서 빈곤으로 인한 죽음이 보도되고, 군대에서조차 낮은 계급이나 소수자들이 인권유린을 감당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더욱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가족들도 함께 사회적 차별을 온몸으로 감내하고 있다.

최근 장애계를 뜨겁게 관통하고 있는 영화 ‘학교가는길’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이 경험하는 혐오와 차별, 불평등과 배제의 민낯을 보여주며 5월 개봉 이후 몇 달째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월1일.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영등포장애인복지관 대강당에서 대표이사 보인 스님과 함께하는 ‘학교가는길’ 특별상영회를 하며 감독과 주인공을 모시게 된 것은 인연의 이어짐, 특히 인권에 대한 가치로 연결된 힘이었다.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의 평생교육과 고용, 지역에서의 삶과 정착을 총체적으로 지원하고 권익을 옹호하는 기관이기에 ‘학교가는길’을 관람한 전체 구성원들은 이 사회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다시 각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영화는 강서구에서 폐쇄된 한 초등학교를 특수학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주민의 거부와 여느 아이들처럼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고자 하는 평범한 희망을 가진 장애아동과 부모들의 갈등 현실을 영화화한 다큐멘터리이다. 기획된 영화가 아닌 우연히 강서구 주민총회에 참석하게 된 감독이 현장의 갈등을 보며 카메라로 영상을 기록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인연의 힘이 크다.

영화는 침해된 교육권과 평등권을 이야기한다. 마치 특정 지역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한정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상은 명백한 국가 내에 존재하는 불평등 구조가 그 본질이다.

대한민국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비준국가로서 생존권, 평등권, 건강권, 노동권 그리고 교육권 등에 대하여 장애인이 차별 받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은 헌법 제6조 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으나 사실상 준수가 되고 있지 않아 UN으로부터 시정권고를 받고 있다. 2008년도에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은 하나의 상징처럼 되어 실효성이 없고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세상에서 부처님께서 설하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삼라만상 유일한 존재 그 자체로서의 사람의 존귀함에 대한 말씀은 세계 최초의 인권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학교가는 길’은 나와 인연이 없는 중생도 가엾이 여기고 자비를 베푼다는 ‘무연대자 동체대비(無緣大慈 同體大悲)’를 일깨워준다. 이 세상 인연이 없는 사람은 없고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모두 존귀한 공동체로써 누구도 차별받고 배제되지 않도록, 인권을 지키는데 한마음이 되는 것이 불제자로서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득 다시 스쳐 지나가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장애 아동 엄마의 차 안에서 이뤄지는 인터뷰 장면, 차 안에는 작은 연등이 걸려있고 엄마의 손목에는 단주가 채워져 있다. 간절한 호소를 광화문 광장에서 삼보일배 집회를 통해 세상에 표현하고 있다.
2021년, 여름을 관통하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영화 ‘학교가는 길’을 통해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은 불국정토 구현과 둘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최종환 서울시립영등포 장애인복지관 관장 chungpajjang@hanmail.net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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