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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지혜 ①

기자명 박희택

지혜·깨달음·열반은 수행자 구경처

‘반야심경’과 ‘금강경’은 모두
공성 체득이 지혜 완성 설해 
‘반야심경’ 37차례 공성 표현
큰 지혜 이르는 핵심 가르침

마명의 법설과 같이 지관구행(止觀俱行)의 수행으로 우리는 깨달음의 길(菩提之道)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깨달은 마음 곧 보리심에는 자비심(상대적 보리심)과 지혜심(절대적 보리심)의 두 측면이 있으며, 상대적 보리심을 경유하여 절대적 보리심에 이른다는 것도 고찰한 바 있다.

절대지혜를 반야라 한다. 반야는 단순한 지혜가 아닌 절대지혜로서 ‘깨달음의 지혜’이다. 산 정상에서 전체를 통관(通觀)해서 보는 것과 같은, 모든 상대적 지혜를 넘어선 지혜를 일컫는다. ‘반야심경’에서 ‘반야’ 앞에 ‘마하’를 붙여 ‘큰 지혜’라 하는 것은 깨달음의 지혜를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함이다.

깨달음의 지혜이기에 ‘지혜의 깨달음’ 역시 성립된다. “한량없는 지혜를 이루게 되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이 드러난다(無量智成就 正等覺顯現, 대일경 주심품)”는 말씀에서, 깨달음은 지혜의 완성 곧 절대지혜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깨달음을 추상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절대지혜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반야심경’의 경제(經題)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은 ‘큰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핵심적인 가르침’으로 번역된다. 조계종 포교원은 표준 한글 반야심경을 공포하면서 경제는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반야바라밀다’는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것’으로서 곧 깨달음을 지칭한다. ‘반야심경’은 필경 깨달음을 향한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이를 ‘반야심경’은 이렇게 표현한다.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아눗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정각)를 얻느니라(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반야심경’에는 깨달음과 함께 열반도 교설하고 있다.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아주 떠나, 완전한 열반에 들어가느니라(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가 그것이다.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여 완전한 열반에 든다는 말씀이다. 여기서 깨달음과 열반은 같은 범주에 놓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부처님의 깨달음과 보살의 열반으로 표현되었지만, ‘열반경’에서 대열반이 깨달음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는 점과, 대열반의 3대 특성 중의 하나로 반야를 든 것을 떠올리면, 지혜와 깨달음과 열반은 모든 수행자의 동일한 구경처라 하겠다.

이제 우리는 ‘깨달음의 지혜’와 ‘지혜의 깨달음’의 교호적(交互的) 회통을 통해 ‘열반’을 이해하며, 이를 일상의 용어로는 ‘완전한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반야심경’은 큰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핵심적인 가르침이자, 깨달음을 향한 핵심적인 가르침이자, 완전한 행복을 향한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반야심경’은 우리들의 “지혜와 깨달음과 행복”에 관한 가르침이다.

‘금강경’의 경제인 ‘금강반야바라밀경’은 ‘확고한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길’로 표준 번역되어 있다. ‘금강반야’가 ‘마하반야’에 상당하기에 ‘금강경’의 경제는 ‘반야심경’의 경제와 상통한다. 반야부 경전으로서 동일한 지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지혜의 완성을 교설함에 있어서도 두 경전은 표현은 달리하여도, 그 초점은 공성(空性)의 체득을 지혜의 완성으로 보며, 이것이 곧 깨달음에 다름 아님을 동일하게 설하고 있다. ‘반야심경’은 5온의 공성은 물론이고, 12처, 18계, 12연기, 4성제, 지득(智得)의 공성을 가르친다. ‘금강경’은 4상의 공성을 거듭 설하는 방식을 택한다.

‘반야심경’에는 공(空)이 7차례, 공의 연관개념인 불(不)과 무(無)가 각각 9차례와 21차례 나온다. 37차례에 걸쳐 공성을 나타내는 개념을 곡진하게 사용하여 공성을 체득하게 함으로써 깨달음(지혜의 완성)으로 인도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반야심경은 공성의 8가지 측면을 설한다. 경문의 “사리자여! 이 모든 현상은 공하여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더럽지도 깨끗하지도 않으며, 늘지도 줄지도 않느니라(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凈, 不增不減)”가 이를 나타낸다. 경문에는 불생, 불멸, 불구, 부정, 부증, 불감의 6가지 측면이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만, ‘공상(空相)’에 아공(我空, 실체가 없는 육신)과 법공(法空, 실체가 없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8가지 측면이라 해설된다.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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