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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영숙(원력향, 60) - 하

기자명 법보

‘꾸준함’ 무기 삼아 정진 발원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려 노력
법명 ‘원력향’, 전법 원력 실천
지금껏 맺은 모든 인연에 감사

원력향, 60
원력향, 60

물론 여전히 나는 탐행자, 진행자, 치행자다. 골고루 다 갖추었다. 욕심도 많고 화도 잘 낸다. 종종 어리바리하게 행동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욕심낼 때, 화낼 때, 어리바리할 때도 참주인공인 나는 항상 같다는 것을 예전엔 몰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은, 조금만 고민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선원에서 공부하기 전에는 몰랐다. 

화를 내기 전의 나, 화를 내는 나도 결국 같은 나다.  그 ‘나’가 목종 스님이 강의시간에 내게 가르쳐주신 ‘참나’ ‘진여자성’ 임을 믿고 이해하며 조금씩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심한다. 이렇게 하면 되리라. 변하지 않는 나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자. 치행자의 장점인 꾸준함을 무기 삼아 내 안의 불성을 깨칠 때까지 우직하게 걸음을 이어나가자.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데 과연 몇 분이나 걸리겠는가. 비록 환영처럼 실체는 없으나, 지나온 행적 하나하나가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온 자양분이니 귀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불법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마음쓰고 있던 점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나의 관심사가 부처님 가르침에 있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악업을 짓고 어지러이 헤메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동안 주력으로 한 공부는 매번 달랐다. 스님들의 법문 들을 기회가 많을 때도 있었고, 경전을 많이 볼 때도 있었다. 불교강의를 들을 때도 있었고, 참선할 기회가 많을 때도 있었다. 매 순간마다 제일 필요해서, 인연따라 내 감량만큼 배우고 익힐 기회가 자연스레 찾아온 것 같다. 다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이다.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 매일 참회와 기도, 발원을 하고 잠깐씩이라도 짬을 내 참선한다. 수시로 번뇌에 끄달려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도량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 꾸준한 정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업장을 참회하고, 부처님 가르침대로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발보리심하고 최선의 자리이타행을 발원한다. 그리고 참회, 기도, 발원, 참선하고 있는 것을 아는 나를 알아차리고, 일깨우고자 한다. 항상 있는 그 주인을 일깨우라고 지금선원에서 배웠고, 배운 것을 믿고 따라 실천하기 위해 매순간 노력한다. 왜냐하면 하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묵묵히 내 할 바를 할 뿐, 시시비비하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저 인연따라 공덕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삶의 모습에 애닳아하지 않게 되니 매사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효과도 생겼다. 아직 수행력이 턱없이 부족해서 경계를 만나면 남아있는 나의 업이 튀어나와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그 업이 내 갈 길에 장애가 되도록 놔두지 않을 작정이다. 마음을 바로 챙기고, 나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점점 발전해 예전과는 다른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문득 10년쯤 전에 인도성지순례에 참여한 일이 떠오른다. 마지막날 회향하는 자리에서 내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법명값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도반들에게 말했다. 나의 법명은 원력향. 그래서일까. 계속 전법의 원력을 갖고 부족하나마 여러 가지 일을 해 오고 있다. 2014년에는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 사무실장 소임을 맡았고 지금은 유튜브 채널 불바보TV를 통해 전법의 장을 펼치는 일을 돕고 있다. 다행히 도반들이 나와 함께하며 각자 자기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변해가는 내 몸과 마음을 다잡고 꽃 피울 원력의 나무는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부처님 가르침으로 더욱 깊게 뽑히지 않는 뿌리를 내리고, 선지식을 양분 삼아 굳건한 나무기둥을 세우고, 나와 도반들의 재량을 가지 삼아, 나와 남 모두에게 이익되는 풍성한 전법의 나무를 길러내고자 한다. 그 나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아는 나, 그 나를 일깨우면서.

“스승의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고 항상 예배하고 따라 배우라”는 ‘숫타니파타’의 부처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지금까지 인연된 모든 선지식들에게, 도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덧붙여 나와 인연있는 모든 분들이 부처님의 가호지묘력으로 나날이 향상되길 기원한다.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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