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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진 은석초등학교 교장

무재칠시(無財七施)는 아이들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최상의 가르침

투명경영으로 서울시 교육청이 첫 실시한 ‘인센티브제 대상학교’에 선정
새싹불자 양성의 요람…선도적인 교육시스템으로 4.5대1의 높은 경쟁률
코로나19로 사회성 배울 기회 놓치고 건강도 적신호…꼭 해결책 찾아야

지난 7월7일 만난 양형진 교장은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사였다”고 설명했다. 사진=김현태 기자
지난 7월7일 만난 양형진 교장은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사였다”고 설명했다. 사진=김현태 기자

조계종 유일 불교종립 초등학교 은석초등학교가 우수사립학교로 인정받았다.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 처음 실시한 ‘사학감사 인센티브제 대상학교’에 선정됐다. 선정된 사립학교는 3년간 특정감사와 복무감사가 면제되고, 종합감사도 4일에서 2일로 축소되는 등 큰 혜택을 받게 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5월 초·중·고·특수학교 등 366개교와 123개의 학교법인 등 총 489개 기관을 대상으로 학교재정 운영의 건전성 및 효율성, 학교행정의 효과성, 학사운영의 적정성 등을 평가, 35개교와 9개 법인을 우수기관으로 선정했다. 

은석초등학교의 이런 성과는 6년째 은석초등학교 수장을 맡고 있는 양형진 교장의 투명경영에서 비롯됐다.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수업료를 받아 운영하는 까닭에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세간의 인식을 잘 알고 있기에 양 교장은 결벽증에 가까우리만큼 투명경영에 매진했다. 교육부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회계와 교육과정 또한 학교구성원들과 학부모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부모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0여장이 넘는 편지를 보내는 등 소통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경주했다. 양 교장은 올해부터 인센티브제 대상 학교 선정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달리 준비도 없었다. 평소에 해오던 투명경영 그 자체가 낸 성과라 기쁨은 더욱 컸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가파른 출산 저하 또한 은석초등학교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장애요소다. 그럼에도 올해 은석초등학교는 4.5대1이라는 놀라운 경쟁력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양 교장은 새로 부임하는 교사들에게 무재칠시(無財七施)를 강조한다. 미소 띤 환한 얼굴, 부드러운 말 한마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배려와 같이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임을 양 교장은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 은석초등학교는 어떤가.
우리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코로나19 상황에 빠르게 대처했다.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수업이라는 고민이 시작되기 전 우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원래는 4차 산업시대를 미리 대비하자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공교롭게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한발 빠르게 준비한 결과가 됐다. 식당과 교실에 가림판을 설치하고 거리두기 표시도 미리 한 상태였다. 모든 준비를 갖추고 나니 뒤늦게 교육부에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갑자기 모든 학교들이 동시에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다보니 장비품귀 현상을 빚기도 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많은 학교들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의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 속에서도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립학교와 달리 은석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의 수업료에 의해 운영된다는 측면에서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감도 있었을 것 같다.
사립학교라 비싼 수업료를 냈는데 온라인 강의를 한다며 수업료를 돌려달라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는 것은 성심성의껏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온라인 수업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듣기 때문에 공개강의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것이 뜻밖의 전화위복이 됐다. 공립학교는 교육방송(EBS)을 주로 틀어주지만 우리는 하나하나 정말 성심껏 준비했다. 학부모들의 칭찬이 이어졌다. 은석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낸 것에 대해 뿌듯해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올해 신입생 모집은 4.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학부모들의 좋은 평가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처음 실시하는 ‘사학감사 인센티브제 대상학교’로 선정됐다. 비결이 무엇인가.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재정이나 회계가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세간의 이런 평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교육부의 지침을 모두 준수하려고 노력했다. 회계나 교육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했고 학부모들과 충실히 소통했다. 사립학교는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와 달리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도 교육부 감사와 관계없이 보고하고 공개했다. 사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이 이런 평가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래서 따로 준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평소의 학교시스템으로 이런 좋은 결과를 얻게 됐다. 그래서 더욱 값진 성과라고 생각한다. 

▲조계종 유일의 불교종립 초등학교로 다른 초등학교와 차별점이 있다면.
매년 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종교를 살펴보면 불교 18%, 개신교 18%, 가톨릭 9% 정도다. 나머지는 무교다. 학교에는 법당이 있고 교법사 스님도 계신다. ‘연화어린이’라고 하는 신행단체도 있다. 일주일에 1시간씩 스님을 모시고 6년간 신행활동을 한다. 자율적이지만 ‘연화어린이’ 가입은 전교생의 50%를 상회한다. 졸업식 때 이사장 스님을 모시고 수계법회를 하는데 참여율이 90% 이상이다. 수계법회를 템플스테이처럼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무교인 학생들에게는 새롭게 불연(佛緣)을 맺는 기회가 되고 개신교나 가톨릭 등 다른 종교를 믿는 아이들에게는 불교에 대한 호감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은석초등학교는 전국 6600개 초등학교 중 유일한 불교종립학교이다. 많은 초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종교사학과 비교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새싹불자들을 양성하는데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은석초등학교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첫 교사 생활을 시작했던 35년 전엔 한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80만명이었다. 은석초등학교도 매년 240명 정도가 새로 입학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해 초등학교 입학인원이 40만명 수준이고 우리학교도 매년 120명 정도의 신입생을 받고 있다. 입학생이 줄면 사립학교가 직격탄을 맞는다. 공립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 교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감소하는 반면, 학생 수가 줄어든 만큼 교육의 질은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업료를 받아 운영하는 사립학교는 학생 수가 줄게되면 수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사립학교에 대한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출산율 저하는 무척이나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올해 4.5대1의 경쟁력을 보인 것은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밀도 높은 수업과 아이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등교를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보는가.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사회성을 배우는 첫 관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좀 더 이기적으로 변할 개연성이 높다. 이 외에도 우려스러운 부분은 많다. 아이들의 실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 일반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음악도 체육도 직접 몸으로 해보면서 배워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아이들 건강도 문제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비만과 시력저하가 심각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19세대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함께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35년을 교직에 있었는데 남다르게 기억되는 제자가 있을 것 같다. 
캐나다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 선수다. 6학년 담임이었다. 운동도 잘 했지만 수업태도도 좋았고 사교성이 뛰어났다. 졸업을 하고서도 학교를 잊지 않고 찾아준다. 수시로 학교에 발전기금을 내고 태릉선수촌에 후배들을 초대해 스케이트를 지도하는 등 재능기부도 했다. 모교를 잊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훌륭한 제자를 뒀다는 점에서 뿌듯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실한 불자라는 점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있을 것 같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의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하셨다. 대기설법이다. 부처님의 대기설법 핵심은 소통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이 돼야 이해가 가능하고 그 속에서 마음을 다하는 진심교육(盡心敎育)이 가능하다. 정말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면 진심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학부모들과 소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학교의 여러 가지 상황이나 아이들 교육에서 필요한 부분을 교장인 내가 직접 편지 형식으로 틈틈이 학부모들께 보냈다. 현재까지 100여장 넘게 보냈는데, 무척이나 좋아한다. 학교에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구나, 또 학부모들과도 소통하려고 정말로 노력하고 있구나 하고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불교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어릴 때부터 어머님을 통해 불교를 배웠다. 가난한 시절, 명절이나 제사 때 쓰려고 모아두셨던 백미를 탁발 나온 스님에게 아낌없이 시주하시는 모습, 마곡사 법당에서 간절하게 기도하시던 모습은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충남 홍성에서 첫 교사생활을 시작해 은석초등학교에 옮겨 온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기도의 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라고 믿고 있다. 어머니의 기도 대상이 나였다면 이제 나의 기도 대상은 우리학교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했던 아이들이다. 잘 자라서 사회에 꼭 필요한 동량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오래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선배교사로서 후배교사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첫 부임한 선생님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무재칠시(無財七施)다. 재물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들이다. 아이들을 향한 자비로운 미소, 사랑과 애정이 듬뿍 담긴 말들, 속 썩이는 아이일수록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마음은 교사로서 지녀야 할 필수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사였다. 부처님께서 제자들과 중생들을 위해 쏟았던 그 마음의 십분의 일이라도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다면 존경받는 교사로 길이 남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 kimh@beopbo.com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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