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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와 불교적 생명력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이번 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되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일상에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바로 ‘거리두기’이다. 의학과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으로 내놓은 것이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소위 ‘거리두기’는 일상의 회복을 위한 임시적 조처인가, 아니면 인류 생존을 위해 ‘거리두기’ 속의 삶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빠른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 거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타인과의 거리두기를 통하여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며 백신 접종을 통하여 사회적 면역력을 형성한다면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처럼 많은 인간들이 서로 접촉하고, 치명률이 그리 높지 않으면서, 세계 곳곳으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시대가 그것들의 증식에 있어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인구밀도가 크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이동이 제한적인 이전 시대에는 지역적인 풍토병이 창궐하더라도 이번처럼 세계적으로까지 확산하지는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확산 지수를 급격히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 인구를 분산하여 인구밀도를 줄이고, 사람들 간의 이동을 최대한 제한시켜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와 지구촌 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지난 세기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 오만과 자본에 대한 인간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공업(共業)의 과보인지도 모른다. 정말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하여 사회적 집단 면역이 형성되고 코로나 치료제가 대량으로 생산되면 소위 ‘일상’으로 회복되는 것일까? 또 그렇게 우리 앞에 전개될 일상은 과연 이전의 ‘일상’과 같은 것일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간으로 끝나지 않고 연장과 반복이 지속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일상’ 회복을 위한 거리두기가 언젠가부터 ‘일상’과의 거리두기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거리두기 속에서 만나는 ‘일상’이 낯설게 다가오는 어느 순간 ‘지금까지의 삶이 공허하고 덧없는 것은 아닐까?’하는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반야심경’의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이란 말이 머리를 스친다. 전도되고 꿈속에 빠져 있는 허망한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만 구경의 열반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 가슴 깊숙이 다가온다. ‘일상과의 거리두기’가 다시 돌아가야 할 일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제기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하여 일상으로 회복하게 될지 아니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의 시점에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둘 중 어느 것이 되더라도 거리두기를 통해 전개되는 앞으로의 일상이 이전의 일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니 질적으로 다른 일상을 적극적으로 꿈꾸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싯다르타는 왕궁을 떠나 세상과 거리두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가 다시 새로운 일상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이 되어 있었다. 싯다르타의 일상과 석가모니의 일상 사이에는 분명 존재의 질적 전환과 거대한 비약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전 것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그 무엇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 불교계는 ‘거리두기’에 종교적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brkim108@hanmail.net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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