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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의례 포용하는 하나의 마음

기자명 금해 스님

영단에 절 몇 번 하나 놓고
설왕설래하며 언성 높이기도 
의례는 시대 요구 맞춰 변해
‘다름’ 포용이 부처님의 마음

우리절에서 백중을 처음 맞이하는 몇몇 보살님들이 소란스럽게 이야기하길래 들어보니, 영단에 절을 몇 번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2번, 어떤 이는 1번 절하면 된다며 설왕설래하고 있었지요. 한 보살님은 ‘어느 스님이 3배 하는 것이 잘못 되었다’고 말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정색하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우리 절에서는 영가단에도 삼배를 합니다. 영가의 본 성품이 불성이니 삼배하며, 삼보에 귀의하여 부처님 법을 따라 깨달음을 성취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삼배합니다. 모든 중생이 다 부처님이니, 영가라고 다르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절에 가면, 그 절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하세요. 대중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보다, 서로 위로하며 기쁘게 기도하고 오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좋은 것은 따라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의례는 시대와 자연환경, 사람과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취했습니다. 티베트에서는 온몸을 바닥에 던지는 오체투지로 절합니다. 가장 존귀한 분께 올리는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각자 문화에 맞추어 최상의 예법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종단, 지역, 사찰마다 기도 법이 다릅니다. 형식을 통일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마음의 정성은 같지만,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의례는 무수히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의례 의식이 얼마나 다채로우면, ‘남의 제사에 참견하지 말라’하고, ‘성인(聖人)도 시속(時俗)을 따른다’고 했겠습니까?

지난달부터 어린이, 청소년들이 ‘코로나로부터 세계와 가족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삼배 올리기 21일 챌린지 영상 기도’를 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초등학생 3학년 준후는 매일 삼배를 했습니다. 집안의 모든 방에서 즐겁게 삼배 하는 영상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었습니다. 회향일이 다가오자, 준후는 “절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왜 그만해야 하냐”고 반문했습니다.

준후에게 절하는 공간이나 시간, 옷차림, 누구에게, 몇 번의 절을 해야 하는가 하는 모든 조건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족들과 친구,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해 절하는 시간이 너무도 좋았을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체중생을 연민하고 사랑하는 자비심으로 대해야 함을 말씀하십니다. 형식은 중요하지만, 형식으로 인해 분열함은 두려워해야 합니다.

부처님 입멸 100년 후, 단일 교단이었던 불교가 처음으로 상좌부(上座部)와 대중부(大衆部)로 분열했습니다. 분열의 이유가 방석의 크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식사 시간은 언제까지로 해야 하는가, 소금을 저장하고 보석을 소유하는 일이 옳은가 등을 포함한 십사(十事), 즉 일상생활에 관한 열 가지 계율에 대한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소소한 것이 중대한 분열의 원인이 될 만한가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열과 전쟁, 비난은 언제나 작은 것에서 일어남을 보여주는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어느 큰 사찰에 관광객인 외국인이 아기를 데리고 왔습니다. 외국인 아버지가 법당에 아기를 내려놓았는데, 아기는 신발을 신은 채였습니다. 

이를 본 젊은 스님은 “아무리 외국인이라도 기본 예법도 모르면서 부처님을 뵈러 왔느냐!”며 고함을 쳤습니다. 외국인은 너무도 놀랐고, 아기는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지나던 노스님이 “신발 신고 들어오는 것보다 법당에서 화를 내는 스님의 업이 더 크다!”라며 젊은 스님을 나무랐습니다.

형식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변해왔고, 앞으로도 시대와 사람들, 세속의 요구에 따라 계속 변해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들어있는 마음입니다. 자애로운 마음으로 ‘다름’을 포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의례는 그 마음을 더욱 빛낼 것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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