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에 조성된 국보 ‘일광삼존상’과 ‘보살상’,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인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 등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장했던 우리의 문화유산을 국민과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고 이건희(1942~2020) 삼성그룹 회장의 기증품을 특별 공개하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7월21일 개막해 9월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 회화관Ⅱ에서 진행된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올해 4월 이 회장이 소장했던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사회에 환원하며, 이 가운데 9797건 2만1600여점의 문화재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례없는 대규모 기증에 따른 높아진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신속히 전시회를 기획,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중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을 특별공개한다. 전시되는 유물 중에는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사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와 보물도 28건이나 된다.
전시는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고인의 철학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2004년 10월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식에서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했다. 이처럼 그의 전통문화유산 컬렉션도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우리나라 전 시기와 전 분야를 포괄한다. 이에 전시 목록도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속, 도기, 토기, 전적, 서화, 목가구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의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손잡이 장식’,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이다.
특히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로 꼽히는 불화와 사경 관련 성보도 만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해외에 있는 국보급 우리 문화유산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다수의 고려불화가 국내로 돌아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자리에는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미를 보여주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등 고려불화 2점이 전시된다. 고려 사경으로는 국보인 ‘묘법연화경’ ‘불공견삭신변진언경’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와 함께 한글 창제 노력의 결실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를 찬술한 ‘석보상절’과 ‘월인석보’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현대의 기술로 기증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했다는 점이다.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잘 볼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 사진을 터치 스크린 영상으로 제시했다. 또 76세의 노대가 정선이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인왕산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역작 ‘인왕제색도’에 그려진 치마바위, 범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산 명소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제공해 기증품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이 기술력과 디자인을 갖춘 명품을 만든 선인의 노력과 그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하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별도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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