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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해결책 아니다

기자명 진원 스님

내가 5살 때부터 키워온 남자아이가 벌써 22살 전형적인 이대남(20대 남성을 줄여 이르는 말)이 됐다. 이 친구는 여성가족부 산하(이하 여가부)기관에서 일하는 내게 불만과 존경의 마음이 반씩 있다고 말한다. 불만은 스님이 하는 일의 정책이 너무 ‘허접’하고, 양성보다는 여성을 위한 편향적 정책이라는 오해가 깔려 있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주장하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가족부는 폐지돼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나 다수결로 이를 결정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을 토대로 남녀평등촉진 정책과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복지증진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재원을 조달할 책무는 중앙행정기관과 시도지사에 뒀다. 그러나 사회환경과 법제도가 급속히 변해갔다. 세계적인 여성정책의 패러다임도 ‘실질적인 양성평등실현’으로 진화했다. 우리나라도 ‘성 주류화’라는 사회의 흐름을 맞춰 ‘양성평등기본법’에 중점을 둔 제도로 전환해가기 시작했다.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을 위한 보호정책이 아니라 권리보장 개념이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자 모범이 돼야 하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구조적인 심각한 차별이 있음을 보여주는 ‘성평등지수’는 110위가 넘는 꼴찌 수준이고,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 역시 가장 크다. 이는 아직도 우리사회에서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혹자는 이제 여성들이 취약하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임금차별, 직위의 유리천정,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정치계의 소수자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는 차별은 아직도 견고하다.

우리나라는 1984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다. 이후 2018년 제8차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3개의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 총 53개에 달하는 우려와 권고를 표명했고, 2021년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 여성고용차별, 여성대표성증진,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재차 권고한 상태다. 이러한 유엔의 권고처럼 우리나라는 ‘여성발전기본법’을 중심으로 ‘양성평등기본법’에 이르기까지 14번의 개정을 통해 여성정책을 발전시켜 왔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여성정책과 성평등정책은 경제발전의 수준에 비해 권고를 받아야만 하는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는 부서다. 다만 아직도 정책의 대부분이 기금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하고 있는 산하 직원들의 임금은 유엔의 권고가 무색할 만큼 차별적이고 개선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자포자기식의 말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성 주류화’ 사회에서 우선되어야 할 ‘성평등기본법’ 또는 ‘젠더폭력방지법’ 등에 의지도 없고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성가족부는 폐지해야 할 부서이기보다 기능을 보완하고 제도를 정비해서 세계의 패러다임에 발을 맞추어 나가는 변화가 시급하다. 또한 양성이 함께 혜택을 받는 부서로 기능이 부여되어야 하고, 재원수급 역시 기금예산보다 일반예산의 비중을 높여 산하기관 직원들만이라도 비정규직과 차별적인 임금을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불평등은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차별하는 자와 차별받는 자를 모두 병들게 한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불평등의 문화는 난폭하고 공격적이며 마초적인 사회로 남녀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도 적지 않다. 성평등 가치를 정착시키고 여성과 남성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는 우리가 직면한 당면 과제다.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남녀평등은 더 요원해지고 우리 사회의 병이 더 깊어질 것은 자명하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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