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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받아들지 못하면 괴롭다

기자명 성원 스님

이제야 열린 2020올림픽엔
과거에 머무는 일본 투영돼
한국 폄하 하려는 태도 또한
변화 수용 못함에서 비롯돼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2020 도쿄올림픽’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지금이 2020년인가’ 착각했다. 모든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놓고 치르는 올림픽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마음이 더 크다. 우리와 일본은 워낙 사이가 까칠해서 하고 싶은 일도 일본이 응원하면 집어치우고 싶은 게 솔직한 우리들의 심정이다.

짧게 보면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형성된 줄 알지만 조금만 역사서를 살펴보면 정말 ‘천년의 원한’이 서려 있다고 하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가까운 지역에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사이가 좋지 않다. 긴 시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다 보니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면서 각자 억울함만 주장하며 원한이 깊어진 것이다.

사람 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출가 후에는 가급적 태어나고 자란 고향으로 걸음 하지 말라고 한다. 출가한 본인은 무상대도를 이루어 세상을 구제하려는 서원을 세우고 초연히 구도의 길을 걷고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어릴 적 생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잡다한 추억 속 아이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수행자들은 생각을 바꾸어 정각을 이룬다. 제 생각을 바꾸기도 결코 쉽지 않은데 하물며 타인의 생각을 어찌 쉽게 바꿀 수 있겠는가? 일본사람들은 조금 먼저 근대화를 거치면서 자신들이 한국사람들보다 우월하다는 잠재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근대에 잠깐 우리가 수세에 몰렸을 뿐 늘 우월하다는 의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한국이 여러 면에서 세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 한류는 온 세계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유독 일본만은 폄하할 구실 찾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가운데 경제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국이 드디어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니 정말 받아들이기 싫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화엄경’에 ‘세상은 변화하고 우리는 괴로워한다. 변화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일본사람들도 한국의 발전과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이제 자신들의 편안을 위해서라도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머잖은 미래에 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에서조차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넘사벽으로 변화하면 그 괴로움이 얼마나 더 커질까?

세계의 축제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마음껏 자국의 지위와 경제, 문화를 널리 홍보하지도 못할 처지에 놓인 일본의 힘겨운 모습을 우리는 좀 더 큰 형님 같은 마음으로 품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을 바꾸지 못해 괴로워하는 일본이 우리를 이해하기 바라지 말고 그들을 이해하며 아량을 베풀며 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성원 스님
성원 스님

한국은 식민지를 겪은 국가이면서, 원조를 받아 겨우 연명하던 나라에서 당당히 원조해주는 나라로,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넘어 당당히 선진국의 대열로 올라서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는 또 한 번 변화의 역사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가 침략했던 그 나라를 당당히 도와주는 역사를 이뤘으면 좋겠다.

역사의 모든 면에서 늘 우위였던 우리가 치졸한 의식과 삐뚤어진 역사관을 간파하고 당당히 이끌어 주며 지나버린 시간에 멈춰 열리는 2020올림픽을 긍지 높게 참관하고 싶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595호 / 2021년 7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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