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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에 퉁퉁 부어오른 5개월 아기의 사투

  • 상생
  • 입력 2021.07.30 09:50
  • 수정 2021.08.20 22:37
  • 호수 1596
  • 댓글 0

쓰나미로 터전 잃은 기달씨 부부 첫 아이 유산 후 얻은 쌍둥이
2개월 만에 발병…간병 위해 휴직, 병원비만도 매달 300만원

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레사디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이다.
생후 5개월 밖에 되지 않은 레사디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 신장질환으로 투병 중이다.

고향을 덮친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스리랑카 출신 기달(39)씨. 집도, 직장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어떻게든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다. 대학을 졸업했기에 일자리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 월급은 30만원.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정도였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가 한국어 공부를 권했다. 한국에서 일하면 월급의 5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가족을 책임져야 했기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돈을 빌려 비행기 표를 샀고, 아내 마리티(37)씨와 2011년 한국으로 왔다.

5년 간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근무했던 부부는 누구보다 성실했다. 사장은 비자만료가 가까워진 부부에게 “다시 이곳에서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복귀한다는 조건으로 스리랑카로 귀국했고, 2018년 12월 다시 한국으로 왔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마리티씨가 임신했다. 10년 만에 찾아온 아이였다. 기쁨도 잠시, 마리티씨가 힘든 공장생활에 유산을 했다. 그녀는 엄마가 못나 아이가 자신을 떠난 것이라며 자책했고,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첫 아이를 보낸 뒤 오랫동안 몸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았던 마리티씨가 검진을 받으러 간 날, 쌍둥이 임신소식을 들었다. 마리티씨는 그길로 회사를 그만뒀지만 한번 약해진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렇게 2021년 2월, 딸 레사디와 아들 데사두가 32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진 아이들은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집중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의 품에 안겼다. 쌍둥이들이 집으로 온 날, 기달씨 부부는 아이들을 위한 조촐한 파티를 준비했다. 건강히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평화롭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공간은 딸 레사디의 울음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전날까지 멀쩡했던 아이의 눈이 부어올랐고, 계속 피부를 긁자 근처 소아과로 데려갔다. 의사는 단순 피부염이라며 연고를 처방해줬다. 일주일이 지나도 가라앉기는커녕 몸마저 부어오르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소변에서 다량의 단백질이 검출됐다며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소견서를 들고 아이가 태어났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수소문 끝에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는 한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루 종일 검사가 진행됐다. 별일이 아닐거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지만 레사디는 ‘상세불명의 선천 신성 증후군’을 진단 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장질환으로, 신장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단백질을 계속 내보내는 희귀병이었다. 의사는 흔한 병이 아니기에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으며,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장이식뿐이라고 했다. 부부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쌍둥이가 태어난 지 고작 2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첫 아이를 보내고 귀하게 얻은 아이들이에요. 인큐베이터에서도 건강하게 나왔는데 치료방법도 없는 병이라니요. 우리가 한국사람 아니라서 의사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죽어도 좋으니 우리 딸은 꼭 살아야 해요.”

신장이 보내는 신호는 장기 곳곳으로 퍼졌다. 얼굴과 몸은 점점 더 부어올랐으며, 폐에 물이 차올랐다. 위와 장은 가스로 가득했고, 빈혈까지 나타났다.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아기는 모든 아픔을 혼자 견뎌내고 있다. 치료법이 없어 항생제와 단백질 투여만 이뤄지고 있다. 신장 이식을 위해선 몸무게 10kg을 넘어야 하지만 아이는 고작 7kg. 관을 통해 공급되는 분유만 겨우 먹고 있어 아이의 몸무게는 오히려 줄고 있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아이를 병원으로 보낸 후 마리티씨는 넋을 놓은 채 물 한 모금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다시 찾아온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그녀를 괴롭혔다. 사랑하는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달씨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기달씨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회사에 휴직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상태만큼 부부를 짓누르는 것은 병원비다. 매달 청구되는 병원비는 300만원 정도. 수입 없는 기달씨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액수다. 더군다나 미납된 병원비 1000만원이 부부 앞에 놓여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SNS 모금 캠페인을 열었지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주민이 워낙 많아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소식을 들은 고향 친구들이 60만원을 보내줬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소원이라곤 아이의 치료법을 찾아 완쾌되는 것뿐이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우리가족이 다시 웃을 날이 올까요?”라는 기달씨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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