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수행을 하고, 재가자는 스님을 공양하는 보시공덕으로 불교는 유지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재가자들 중에서도 스님 못지않은 출중한 수행력과 깨달음으로 중생을 교화했던 인물들이 있다. 인도의 유마거사, 중국의 방거사, 우리나라의 부설거사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재가자가 수행에 전념하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생계를 오롯이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하며, 남는 시간을 쪼개 수행에 전념해야하기 때문이다.

‘생활과 수행을 함께해 나가야 하는 재가수행자들을 위한 길잡이’라는 자못 긴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말 그대로 일상의 삶 속에서 수행을 추구하는 재가불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미국 등과 기술 제휴한 화력발전제어 벤처중소기업을 창업하여 중견으로 꿈을 이루어 갈 즈음, 40대 초반 봇물처럼 터져 나온 삶과 죽음, 수행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이후 일상을 떠나 수행에 전념했다.

책은 이때 겪었던 체험과 수행과정, 스승들과의 인연, 일상으로의 복귀와 은퇴자 출가경험까지 색다른 재가불자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재가불자들을 위한 인생 체험담인 동시에 수행 체험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책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재가자들에게 불타는 집에서의 물리적 탈출이 아닌 내면으로부터 해방을 얻는 진정한 탈출의 비밀을 선사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96호 / 2021년 8월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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