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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국제불교영화제 개막 소중하다

  • 사설
  • 입력 2021.08.17 10:47
  • 수정 2021.08.19 09:49
  • 호수 1597
  • 댓글 0

불교 소재·주제 폭 넓게 담은
15개국 62편 영화 모두 ‘고품격’
희귀 ‘팔만대장경’·대작 ‘삼사라’ 
용맹정진·결사 서린 영상 눈길

‘2021 세계일화국제불교영화제’가 8월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다. 15개국 62편의 불교영화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의 국제불교영화제(IBFF)가 19년 동안 이어져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불교영화제이기에 더욱 의미 깊다.

‘불교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불교 소재나 주제를 다룬 영화’ 정도로 이해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소재·주제란 경전, 교리, 인물 등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것을 이른다. 영화 표면상으로는 불교색채가 짙지 않더라도 업, 공, 무, 반야, 불이, 윤회, 사성제, 육바라밀, 십이연기 등의 개념이 스민 작품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게 영화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기독교 세계관이 뚜렷한 ‘매트릭스’가 불교영화 평론에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전편에는 공과 참나, 깨달음이 면밀히 흐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불교영화 규모는 우리가 상상한 것 보다 훨씬 더 클 것임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은 4개의 메인 섹션과 1개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세계일화(世界一花) 제목에 맞춰 각 섹션의 이름을 연꽃, 라일락, 동백, 수선화로 지었다. ‘온 세상이 하나의 꽃’이라는 제목에는 ‘나와 너가 하나이고, 만물이 하나’라는 메시지와 함께 ‘불교영화로 하나 된 세계’ ‘불교영화로 하나 된 인류’를 추구하겠다는 원력이 함축돼 있는 듯하다. 그리고 4개의 섹션으로 나눈 것은 관객들의 작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세심한 배려이다. 또한 불교영화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를 시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영화감독과 배우가 빚어낸 고품격 영화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건 영화제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자 선물이다. 무소유로 상징되는 법정 스님의 일대기가 담긴 ‘법정 스님의 의자’. “가치 있는 삶이란, 욕망을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라는 생전의 육성을 생생하게 새길 수 있다. 대만의 솅옌 스님 일대기를 다룬 ‘본래면목’, 티베트 고산지대의 라마를 다룬 네델란드 작품 ‘마운틴 요기’, 베트남 불교의 틱낫한 스님에 대한 다큐멘터리 ‘나에게 가는 길’ 등에서 각국의 선지식이 체득한 소중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 또한 한국불교 최초의 천막결사를 담은 ‘아홉 스님’, 자물쇠 채운 선방에 들어가 자신의 내면과 독대하며 정진해 가는 수행승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무문관(無門關)’에서 깨달음을 향한 치열한 용맹정진을 감지할 수 있다.

1950년대 불교영화 대표작 ‘무영탑’(신상옥·1957)이라면 1960년대는 ‘석가모니’(장일호·1964)를 꼽을 수 있다. 그렇다면 1970년대는 ‘서산대사’(전조명·1972)와 함께 ‘호국팔만대장경’(장일호·1979)이다. 이 중 우리는 ‘호국팔만대장경’을 관람할 수 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충무로시대의 대표적 제작자였던 고 한갑진 대표가 동국대에 기증한 방대한 필름 자료 중 한 편이다. 민중들의 고통을 보듬어 주며 희망을 전한 이 작품은 1978년 대한극장에서 개봉해 많은 관객을 모았던 명작이다. 이 영화제의 김선아 프로그래머는 “4:3의 비율로 화면이 잘리고, 군데군데 오류와 결함도 있지만, 43년 전 당시 초호화 캐스팅을 기용해 야심차게 제작한 작품”이라며 “극장에서 처음 만나는 관객들에겐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한다. 1990년대 불교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도 다시 마주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은 수작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제의 매력이다. 론 프릭크 감독의 ‘삼사라(Samsara)’는 놓치지 말아야 할 대작이다. 5년여의 기간 동안 25개국에서 촬영한 현대 다큐멘터리이다. 전 세계의 신성한 사원들과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자연의 무자비를 가늠할 수 있는 재해 현장과 피폐해 가는 산업 지역을 대비해 가며 작금의 심각한 자연환경·기후문제를 직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산스크리트어 삼사라는 ‘윤회’란 뜻이다. 자연과 인간의 연기관계를 파워풀한 음악과 영상만으로 그려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열리는 영화제다. 개인위생과 방역수칙은 각자 철저히 지켜가며 관람해야만 한다. 불자들의 큰 호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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