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남아 사찰지원은 불교공동체 회복의 길

전국비구니회·로터스월드의 동남아 사찰 긴급지원(법보신문)을 보면서 감사‧감동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일었다. 세계에서 불교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는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불교가 그래도 상당한 교세를 가지고 있는 다종교 국가를 제외하면 동남아의 여러 국가와 몽골이야말로 진정한 불교국가라 불릴 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불교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여 있고, 그것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극한의 위기 상황에 빠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킬링필드의 상처로 사원과 승려 체제 자체가 붕괴되었다. 몽골의 경우도 소련의 식민지 지배 때 700여개가 되던 사찰을 간단사 하나만 남기고 다 없애고, 승려들을 강제로 환속시켰다. 이러한 나라들은 그동안 어렵게 사원을 세우고 승려 교육을 하면서 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애썼는데,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된 것이다. 나머지 국가들은 그나마 좀 낫다고 하지만, 정치‧경제적 후진성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전통과 깊이 연관된 불교가 정치‧경제적 후진성에서 오는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틈타서 파고드는 극렬한 개신교의 선교활동 등이 더더욱 불교를 어렵게 한다. 그러한 종교들은 대체로 외국의 선교 자금과 연결되어 있기에, 전통과 결부된 불교보다는 정치‧경제적 어려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리고 그렇게 외국의 경제적 지원을 업고 극렬한 선교를 하는 큰 축이 바로 한국의 개신교이다. 꽤 오래전 몽골에서 국사의 위상을 가진 프레밧 스님이 내한하여, 당시 총무원장이던 법장 스님과 대담을 할 때, 프레밧 스님의 요청으로 배석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프레밧 스님은 그 극성스러운 개신교와 부딪히면서 어떻게 한국불교가 유지되어 왔는지를 꼭 배워가고 싶다고 하였다. 농담이라 했지만, 한국 개신교의 극렬한 선교에 고통 받는 몽골의 아픔을 느꼈다.

이렇게 내우와 외환이 겹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남아를 비롯한 형제 불교국의 현실이다. 그러한 나라들에서 불교는 단순히 종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원을 중심으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불교가 무너진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사회적 기반이 붕괴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불교국가를 지원하는 것은 단지 불교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 나라들의 전통과 문화가 보존되고, 사회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게 하기 위한 지원이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이러한 불교국을 도와 그들의 불교가 다시 건강하게 소생하고, 그를 통해 불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구조가 온전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일은 참으로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우리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 불교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적인 큰 흐름으로 보더라도 미국만을 바라보던 시절은 지났다. 우리보다 어려운 아시아권 국가들에 힘을 보태주어, 함께 나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불교를 지원하는 것은 바로 그렇게 친구가 되어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승려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요, 사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사찰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데도 지원을 해야 한다. 

전국비구니회와 로터스월드를 중심으로 한 지원이 이러한 요건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 찬탄을 보낸다. 스님들의 삶이 제대로 이어지고, 고아 등 소외계층을 돌보던 사찰의 사회적 기능이 회복될 때 전통적 불교공동체가 살아나고, 불교국가의 면모가 유지된다. 그렇게 되면 불교를 통로로 우리나라와 그 나라들이 친구가 되어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아픔에 빠져 있지 말고, 더 어려운 우리의 이웃에 손길을 뻗는 일, 이것이 코로나를 벗어나는 큰 길이다. 전국비구니회와 로터스월드를 중심으로 하는 동남아 사찰 긴급지원 캠페인에 불자들의 자비심이 크게 구름처럼 모이기를 기원한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