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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불교의 가르침 

  • 불서
  • 입력 2021.08.17 11:32
  • 호수 1597
  • 댓글 0

백일동안 백가지 이야기
이현수 지음·이미령 감수 / 담앤북스
290쪽 / 1만4000원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줄로 요약하면 ‘제악막작중선봉행(諸惡莫作衆善奉行)’이라고 한다. “나쁜 행위는 어떤 것이든 하지 말고, 모든 착한 일을 받들어 실천하라”는 뜻인데 당나라 도림 스님의 가르침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가 않다. “세 살 어린아이도 알고 있지만 팔십 노인도 실천하기 어렵다”는 뒷말이 이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불교는 어려운 종교라는 선입견이 있다. 교리는 배울수록 미적분을 푸는 것처럼 난해해지고, 깨달음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가물거린다. 그러나 불교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탐진치(貪瞋痴) 삼독으로 물든 나를 바꾸고, 욕망에 불타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비결이다. 뛰어난 재능과 높은 벼슬에 취한 백거이가 도림 스님에게 도를 묻자, 스님이 들려줬던 ‘제악막작중선봉행’의 가르침은 바로 이런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두껍게 바른 화장을 지우고 본래의 얼굴을 드러내는 것 같은 명쾌함이 느껴진다.

‘백일동안 백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글로 읽는 ‘백유경(百喩經)’이다. ‘백유경’은 5세기 무렵 인도 가사나 스님이 엮은 우화집을 제자 구나비지 스님이 한역한 것으로 ‘백구비유경(百句譬喩經)’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네 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본래는 백가지 우화를 모은 것이지만, 후대에 두 가지가 소실돼 머리글과 권말 게송을 합해 백유(百喩)라 명명했다. 일상의 삶 속 유머와 풍자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과 참된 삶의 지혜를 일깨운다.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라기보다 불교의 지혜를 일깨우는 이야기 모음집이다. 여타 불교경전에 비해 가벼운 마음으로 접해도 쉽게 읽히는 까닭에 불교동화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각각의 이야기에 담긴 가르침과 교훈들은 결코 이야기처럼 가볍지 않다. 특히 저자의 삶이 예사롭지 않다. 

책은 유고집이다. SK케미칼 연구소에서 30년을 근무한 저자는 이후 불교를 만나 경전을 읽고 칼럼을 쓰는 등 수필가의 삶을 살았다. 근육이 힘을 잃어가는 근위축증으로 병마와 싸우면서도 ‘백유경’ 한편 한편을 매일 한문 원전으로 읽고 번역한 뒤 자신의 생각들을 수행자의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책은 ‘백유경’이 4권인 점을 감안해 4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반추(反芻)장은 나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 깊이 새겨보면 좋을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두 번째 정진(精進)장은 끝까지 성실하라는 가르침을, 세 번째 불도(佛道)장은 욕심과 집착에 물들어 깨끗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범부의 삶을, 네 번째 허상(虛像)장은 거짓과 허상에 매여 자신의 삶을 망치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담았다.

“경전에 쓰인 문자적 가르침이나 스승의 말과 행으로 받은 가르침 모두 불교적 지혜를 완성하는 도구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혜의 완성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빠져서는 안 되는 한 가지, 그것은 바로 ‘나’와 ‘나의 삶’이다.”

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백유경’의 가르침을 통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도림 스님의 가르침처럼,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간결하지만 묵직한 교훈들이다. 세 살 아이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그 이야기들이 풍자와 해학, 비유의 탈을 쓰고 저자의 날카로운 필력을 통해 살아있는 숨 쉬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97호 / 2021년 8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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