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로, 불자로 살아온 70년의 여정을 담담하게 쓴 글 속에 한 가족의 딸이 있고 아내가 있고 어머니가 있다. 세심함과 유려함을 온전하게 갖춘 여성성은 곧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에 투영된다. 일상의 기록은 곧 보살의 원력이 된다.
수필세계사가 선정하는 ‘우리 시대 수필작가선 74번째’로 선정된 이번 책은 불자 교육인으로 퇴임한 석귀화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 두 번째 책을 낸 계기가 있다. 세상 나이로 고희를 맞아, 모친이 세연을 다한 지 10년을 추모하며 그간의 글을 엮은 것이다. 작가 이전에 ‘어머니’를 위한 기록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모친을 향한 그리움이며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자신의 거울이기도 하다. 독자에게는 이 시대 어머니의 진실한 모습을 마주하게 하며 자비심을 경험하도록 이끌어 준다.
책은 연민, 전원, 가족, 훈수, 여행 등 총 다섯 분류로 구성돼 있다. 첫 장의 첫 글 ‘가을, 그 쓸쓸함’은 책의 표제와 닮았다. 세월이 흘러 석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시선이 따뜻하다. ‘전원생활의 허와 실’에서는 전원주택을 장만할 때의 두근거림보다 고충이 더 크게 다가온 현실을 삶의 지혜로 받아들인다.
석귀화 작가는 대구 감천중학교를 시작으로 국어교사의 길을 걸었다. 경명여고, 경북고를 거쳐 강동고에서 퇴임했다. 신심 깊은 불자교사로 신행과 보시행을 이어 오며 청소년과 교직원 포교에도 앞장서 왔다. 현재 대구문인협회 회원, 대구수필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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