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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땅의 소리

부처님 큰일 생기면 땅이 먼저 알았다

부처님을 세상 최고 존재로 추앙
신통·변이 등 초자연적 현상 많아
‘육종진동’도 부처님 위대함 방증
악마 등장 때도 땅이 부처님 옹호

부처님은 신도 아니고 신과 연결된 구세주나 예언자도 아니다. 부처님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노력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성인이다. 부처님이 한 인간의 범주에 속하는 분임에도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부처님을 세상 최고의 존재로 추앙한다. 인류사에 수많은 성인과 현인들이 출현했다고 하지만 부처님처럼 그 위대성이 부각된 예는 없을 것이다.

이는 부처님이 지닌 호칭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의 열가지 명호로 부르는가하면 이도 모자라 대승에서는 법왕(法王), 각황(覺皇), 보왕(寶王), 천중천(天中天) 등 갖가지 명호를 붙여 부른다. 부처님 스스로도 제자들에게 내 세속의 성과 이름을 부르지 말고 여래(如來)라 부를 것을 당부하셨고 자신은 인간과 천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난 존재라고 천명하신 바 있다. 중국에서 부처를 의미하는 부처 ‘佛(불)’자는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을 내포한다.

부처님의 위대성과 초월성은 비단 호칭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이 갖추신 신통력(神通)과 변이(變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물론 종교적 의미가 적지 않게 가미되었겠지만 이는 사람들에게 부처님과 그 가르침의 위대성을 부각시키는 또 하나의 촉매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신통이 부처님의 초월적 능력이라면 변이는 부처님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초자연적 현상들이다. 가령 부처님이 태어나시자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든지, 상서로운 구름이 일었다든지, 천악이 울렸다든지, 아홉 마리의 용들이 나타나 부처님을 목욕시켰다든지 하는 일들이 변이인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변이들 가운데 육종진동(六種震動)이라는 것이 있다. 육종진동이란 땅이 여섯 가지 종류로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변동(遍動)으로 땅이나 세계가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변기로(遍起) 흔들리면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셋째는 변용(遍湧)으로 솟아오르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넷째는 변각(遍覺)으로 큰소리가 나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다섯째는 변진(遍震)으로 은은한 소리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는 변후(遍吼)로 천둥치듯 무서운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육종진동은 부처님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출가하실 때, 성도하실 때, 처음 법을 설하겠다고 결심하셨을 때, 심오하거나 높은 차원의 경을 설하실 때, 열반을 예고하셨을 때 등 부처님에게 특별한 일이 생길 때에 일어난다.

경전에서 육종진동은 아주 상서로운 일로 묘사된다. 부처님과 관련된 땅의 진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처님이 성도할 때다. 알다시피 욕계 천상의 우두머리인 마왕 파피야스는 부처님의 성도를 방해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파도, 천둥, 광풍으로 위협하는가 하면 악마와 맹수를 동원하여 해치려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성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는가 하면 전륜성왕을 시켜주겠다고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딸들을 내려 보내어 부처님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선정에 들어 그 마음이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도저도 통하지 않게 된 악마 파피야스는 직접 얼굴을 보이며 부처님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고타마여, 그대는 자신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 부처가 되겠다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대는 과연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가 증명해줄 수 있는가?” 그러자 부처님은 선정에 들기 위해 무릎에 놓였던 오른손을 풀어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켰다. 항마촉지인이다. 그러자 땅이 육종으로 진동하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악마여! 내가 알고 있느니라. 보살은 과거 삼아승지겁 동안 바라밀을 수행한 결과로 이 자리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느니라. 그러니 어서 이 자리를 떠나라.” 

이 소리에 공포를 느낀 악마 파피야스는 곧 부처님이 계신 자리로부터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악마의 질문에 부처님을 대신하여 땅이 대답하고 악마를 굴복시킨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도 아닌 땅이 부처님을 대신하여 육종의 진동과 함께 큰소리로 대답을 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불교적으로 땅에 대해 깊이 사유해 봄직하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598호 / 2021년 8월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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