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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국토청, 안정사 대웅전 가르는 공사 또 강행

  • 교계
  • 입력 2021.09.02 20:20
  • 수정 2021.09.02 21:22
  • 호수 1600
  • 댓글 22

법원 잇따른 위법성 지적에도 8월19일 세 번째 고시
애초 도로 요구했던 삼척시도 “필요 없다” 입장 표명
주지 다여 스님 “도로 강행 의도 도대체 알 수 없어”

삼척 안정사 전경.
삼척 안정사 전경.

땅설법의 유일한 전승지 삼척 안정사가 또다시 사찰 경내를 가로지르는 도로 공사로 폐사위기에 처했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이하 원주청)은 8월19일 국도 38호선 확장공사에 따른 부체도로 개설을 위해 안정사 경내를 가로지르는 도로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고시했다. 이 도로는 안정사 인근 폐가와 모과나무(강원도기념물)로 가는 진입로로, 공사가 진행되면 안정사의 대웅전, 요사채, 종각 등이 강제 수용돼 사실상 사찰로써의 기능을 잃게 된다.

해당 진입로는 삼척시가 2005년 강원도기념물로 지정된 모과나무에 대한 진입로를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안정사와 지역불교계의 지속적인 반발로 요구 당사자인 삼척시 역시 2019년 “안정사 폐사 등의 갈등이 발생하는 부체도로는 필요치 않다”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원주청에 전달한 바 있다. 그럼에도 원주청은 사찰 존속을 불가능하게 하는 공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원주청의 부체도로 개설 고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정사 대중 스님과 불자들은 도로공사로 인한 폐사를 막기 위해 2007년부터 공사중지 가처분을 비롯한 각종 소송을 통해 해당 공사의 위법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에도 동일한 처분에 대해 ‘도로구역결정고시 무효확인 및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원주청은 사업기간만을 연장해 결정처분을 재차 고시한 것이다.

당시 법원에서도 ▲도로관리청이 도로구역을 결정·변경하기 위해서는 공고 등을 통해 의견청취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점 ▲이 처분으로 토지가 수용되는 안정사는 사찰의 핵심인 대웅전을 철거해야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는 반면 소규모 부체도로 건설을 위해 토지 수용의 필요성은 크지 않은 점 ▲도로관리청이 2008년부터 ‘안정사 이전이 어려울 경우 해당 부체도로 설치는 사업계획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해 왔음에도 처분을 내린 점 등을 들어 절차적 하자 및 비례원칙, 신뢰보호원칙 등에 반한다고 주장한 안정사 측 입장을 수용한 바 있다.

안정사 항공 사진.

무엇보다 안정사는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던 불교의례 ‘땅설법’이 유일하게 전승되는 사찰이라는 점에서 불교문화 존립과도 직결된다. 안정사 주지 다여 스님은 “공익을 위해 도로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공사를 강행하려는 원주청의 의도를 도대체 알 수 없다”며 “공사가 강행되면, 일제강점기와 불교정화기를 거치며 어렵게 전승되고 있는 ‘땅설법’의 도량 안정사가 온전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원주청의 공사철회를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원주청 관계자는 9월2일 법보신문에 “부체도로는 모과나무 진입도로 개설 외에 국도 개설공사에 따른 소하천 이설, 공용도로 존치 등이 포함된 법적 도로구역으로 관계부처, 삼척시, 지역주민 등 관계자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며 “향후 공사여건 등을 고려해 민원사항 등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안정사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안의리에 위치한 지역 600여 가구의 귀의처다. 당초 신기면 신기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였으나 30여년 전에도 국도 38호선이 신설되면서 사찰부지가 도로에 편입돼 1986년 현 위치로 이전했다. 이후 안정사는 지역 불자들의 원력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10개 동을 갖춘 도량으로 거듭나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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