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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을 위한 기도

기자명 진원 스님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빈민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2018년 개봉한 영화이다. 수많은 전쟁 영화들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휴먼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가버나움’은 전쟁터에 남아 있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생지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생존자다. 여기서 생존자란 그저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겪을 수 있는 모든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자를 말한다. 자인이 법정에서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며 시작하는 영화는 기적 같은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자인을 미소 짓게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가버나움’은 성경에 나오는 도시로 예수가 나사렛에서 옮겨와 기적을 일으킨 곳이다. 이 영화는 레바논이 기나긴 내전과 이웃국가들과의 전쟁으로 일어나는 사회 병리현상을 포괄적으로 고발한 영화이다. 특히 아동착취와 아동매매혼, 난민, 빈곤 등으로 범죄자가 되고,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고 그야말로 인간이란 동족상잔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 지금도 그 내용을 떠올리면 그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 겪는 트라우마처럼 투사되어 힘들다.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중동은 기나긴 전쟁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아직도 끝나지 않는 중세기 십자군 전쟁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중동전쟁은 영토 전쟁이라기보다 종교적인 이념전쟁이다. 아프간은 대표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 탈레반의 근거지로 무자비한 폭압정치가 비극 그 자체다. 이슬람을 제외한 모든 종교는 공격의 대상이자 파멸의 대상이다. 나는 유네스코 인류유산에 등재됐던 문화재인 바미얀 석불이 파괴될 때의 그 허탈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이 영화 가버나움의 ‘자인’이 겪었던 비극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국가가 위험에 처하면 아동과 여성들은 곧바로 취약계층이 되고 피고름까지 쥐어짜는 착취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사고파는 물건의 하나가 된다. 죽여도 누구하나 죄를 묻지 않고, 오로지 오늘 붙어 있는 목숨에 감사해야 하는, 그래서 가버나움처럼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상이 된다.

빈곤한 국가에서 남아 있는 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착취하고 성폭력, 아동 인신매매, 아동매매혼, 아동착취 등의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아수라 지옥이 될 것이 눈에 선하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일들이 자행되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인도적인 식량지원 등과 인권활동가들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의 재건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서방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참여했다. 재건은 현지인의 조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긴급구조 형식으로 각자의 인연이 있는 나라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특별공로자’의 형식으로 이들을 그 어느 국가보다 극적으로 구조해 왔다. 우리 역사 역시 전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인전의 상당수가 전쟁 영웅이다. 전쟁은 영웅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영웅 아래는 피눈물이 강을 이루고 생이별이 일상이었다.

‘고려사’에도 몽고항쟁 때 죄 없는 백성 특히나 아동과 여성들이 끌려가 노예가 됐다. 일제 36년은 또 어떠한가. 애국지사들은 해외각지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이들이 난민 아니었던가. 그런가하면 6·25한국전쟁 때 국제시장에 몰려든 피난민들, 해외 각지로 흩어진 난민들까지. 이들이 몸담았던 국가들에서 우리나라 난민들이 어떻게 살아냈는지 말이다. 

우리나라에 몸을 의탁한 이들 난민을 위해서 나는 작은 기도 하나를 더 하기로 했다. “부디 이 땅에서 모두들 안락하고 평화로우며, 더 이상 자신의 믿음과 가치를 억압당하지 않으며, 남아있는 본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비와 용기를 잃지 마시길.”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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