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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빠사나 수행(빤냐 라끼따, 63) - 하

기자명 법보

집중수행 통해 부처님의 길 확신
고양이 만나 ‘자애수행’도 다짐
담마 속 생활하니 편안·행복해
담마딘나·위사커처럼 되길 서원

부처님 가르침의 6가지 덕목 중에 산딧디꼬(sanditthko: 스스로 보아 알 수 있는 가르침)와 에히빳시꼬(ehipassiko: 와서 보라고 권유할 만한 가르침)이 있다.

미얀마 집중수행은 그동안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체험함으로써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길이 유일한 길임을 가슴에 새기고 확신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수행 말미에는 교학의 필요성도 느껴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사야도께 여쭈었는데 사야도께서는 미얀마 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하셨다. 이에 2020년 1월 미얀마 국제테라와다불교대학(ITBMU) 입학시험에 응시, 합격했다. 원래대로라면 2020년 6월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와 미얀마 민주화 운동으로 보류되고 있다. 코로나19와 미얀마 사태가 진정되면 늦은 나이지만 가서 공부할 생각이다. 현재는 한국 마하시선원의 아비담마 강설을 청취하고 ‘쌍윳따니까야’ 경전공부를 병행하며 교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평생 몸담았던 직장동료와의 모임, 좋아하는 테니스 동호인 모임 등 대부분의 사회적 교류관계를 정리했다. 아직 알아차림이 예리하지 못해 모임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때로는 모임 중 전에 없었던 염오를 느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같이 다니던 동호회를 그만두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이 수행과 교학공부 그리고 수행도반과의 만남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구에 있는 동산선원과 천안호두마을 등의 수행처를 다니며 도반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서적으로 다소 메말라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매주 한국명상원에서 ‘쌍윳따니까야’ 법문을 해주시는 스리랑카의 담마끼띠 스님의 추천으로 빠알리어로 된 ‘자애경(metta sutta)’을 암송하게 됐다. 부지런히 외우고 독송한 결과로 일상에서 잠을 편하게 자고 수행할 때도 쉽게 집중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신들이 옆에서 보호해주는 느낌들을 받은 적도 많았다. 

얼마 전 천안 호두마을에 열흘간 집중수행을 다녀왔는데 그곳 공양간 근처에 사는 나이 든 고양이 한 마리와 공양 때마다 매번 마주쳤다. 나는 강아지,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길고양이를 회피하곤 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유난히 나에게 다가와서 몸을 부비고 아는 체 했다. 알 수 없는 전생의 인연인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동료 수행자는 ‘자애경’을 외운 공덕으로 고양이가 자애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자애수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건조해 보이는 위빠사나수행에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자애수행을 병행하려고 한다.

얼마 전부터는 한국 최초의 테라와다 승원인 마하위하라 사원에서 담마끼띠 스님을 계사로 하여 8계를 수지하고 매월 포살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매일 아침 예불 드리고 저녁에는 그날 행한 보시, 지계, 수행, 청법, 독경 등의 선업공덕을 부모님과 친척, 지인, 도반, 천신 등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함으로써 하루를 마무리한다. 계를 청정히 하고 담마 속에 생활하니 가정이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아내는 얼마전 부처님 시대 80대 제자 중 한분이신 ‘담마딘나’의 법명을 받았다. 담마딘나 존자가 어떤 분인지 찾아보던 중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도반이여. 그대가 인도해 준 덕분에 이곳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그대의 공덕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거룩한 자유를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고통도, 번뇌도 없는 자유로, 이제 내가 그대를 인도할 것입니다. 거룩한 길을 그대와 함께, 세상 모든 이와 함께.” 이 문구를 보고 나도 담마딘나 존자와 위사커 부부처럼 되기를 서원하고 보시, 지계, 수행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빤냐 라끼따, 63

“나는 다음 생을 준비하면서 산다”라고 한 미얀마의 한 수행 사야도의 말씀을 떠올린다. 늦게 만난 위빠사나수행의 길이 멀고 험해도 “이것이 유일한 길”이라는 ‘대념처경’에서의 부처님 말씀과 와야담마 상카라 아빠마데나 삼빠데타(Vayadhamma sankhara apamadena sankhadetha: 모든 것은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여 완성시켜라)라고 하신 마지막 유언을 거듭 새긴다. 위빠사나수행으로 이끌어 준 도반인 아내와 함께 열반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려 한다.

[1600호 / 2021년 9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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