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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와 불두

부처님 두상[佛頭]을 소품으로 활용한 가게들이 MZ세대에게 소위 ‘핫플레이스’ 인증을 받으며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근래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이태원, 을지로 등지에 불교의 동양적 색채를 가미한 카페나 바(Bar)가 많아졌다. SNS상에서도 심심찮게 불두 사진이 등장한다.

이색적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불두가 힙(Hip)한 아이템으로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린 차별화된 공간에서 매력을 느끼다보니 ‘얼마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지가 관심의 기준이 됐다. 그 중 불두가 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불교적 인테리어는 종교를 떠나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묘한 멋스러움이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서양에서는 불교적 디자인이 활용된 실내 인테리어와 상품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에 1996년 개장한 ‘붓다바’가 있다. 붓다바는 불상과 탑으로 내부를 장식하고 불교적 색채가 짙은 명상용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술집으로 파리의 대표적 명소로 꼽힌다. 소품용 불두, 불두 디자인의 의자 등도 계속해서 인기리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이런 관심이 스님과 불자로서는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부처님에 대한 과도한 상업화 및 세속화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문화적 시각은 존중받아야 한다. 불교가 미래 세대들의 새로운 문화에 안착했다고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경의 대상인 불상이 갖는 원래의 모습을 훼손하는 행위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불교 폄훼로 이어지고 있다. 유행이라는 이유로 가게에 불두만 덩그러니 놓여 상업적 소품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은 쾌락과 음주의 폐해를 지적한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크게 괴리되었음이 분명하다.

불상은 만중생의 스승인 부처님 그 자체로서 예경의 대상이 된다. 지난 2000여년간 불자들의 모든 신행 행위의 중심에는 불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불교계는 불상의 변형과 훼손에 대단히 민감하다. 실제 과거 상좌부권 스님들은 불교적 이미지의 상품들을 대상으로 다국적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고 거리행진을 하며 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특히 술집에 불상이 전시되는 게 옳지 않다며 거세게 반발하는가 하면 많은 불자들이 붓다바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민아 기자

젊은 세대들이 불교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는 적극 장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까지 저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숭유억불의 참담한 역사를 겪으며 수많은 불상의 두상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어떤 경우라도 불상은 불자들의 귀의처이자 예경의 대상이며 뭇 중생들의 스승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02호 / 2021년 9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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