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한 교회 집사가 교구본사 주지스님에게 성경책과 손글씨 편지를 발송하는 등 도 넘은 선교행위로 불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손편지에는 부처님을 우상으로 표현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등 편협한 종교 신념으로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월24일, 조계종 23교구본사 제주 관음사 종무소에 ‘보고 쓰는 손글씨 필사 성경’ 10권과 손글씨로 빼곡히 적은 편지 5봉, 요한복음 내용이 담긴 팜플렛 등이 배달됐다. 이는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교회 집사라고 밝힌 A씨가 보낸 것으로, 받는 이는 관음사 주지 스님 앞으로 명시돼 있다.
A씨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자신에 대한 소개와 교회에 가게 된 배경, 십자가의 의미, 성경 구절, 불교 비판 등 개신교 신을 찬양하고 전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심지어 전도의 과정에서 하나님이 ‘관음사’를 알게 했으며, ‘폭탄 축복’하길 원해 장문의 편지와 선물(필사 성경)을 준비했다는 등 이같은 행위가 신의 계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듯 서술하고 있다. 그러면서 A씨는 “20년 동안 제주도 땅을 두루두루 축복하곤 했는데 요즘 구석구석 집중해 축복하고 있다”며 “관음사에 총 10명의 스님이 계신지 모르겠으나 10권을 구입하고 선물로 보내라고 해 급히 주문하고 편지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삐뚤어진 종교관에서 비롯된 불교 폄훼도 여과 없이 표출했다. “그런 ‘우상(부처님)’에 빠져 참 진리를 모르고 죽으면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진다” “안타깝고 불쌍한 영혼들이 있는데 천국백성의 메시지를 전하지도 듣지도 못하고 있다…절의 스님들, 무속인들, 철학관에 메인(매인) 분들에게 예수님이 행한 죄사함의 은혜를 전하고 싶다” 등 왜곡된 신념을 쏟아냈다.
또 요한복음의 내용에 담긴 팜플렛에는 “코로나19에 백신과 치료제가 필수적인 것처럼 예수님을 영접하고 예수님을 믿는 다는 것은 죄에 대한 백신을 맞는 것과 동일하다”며 “꼭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문구도 쓰여 있다.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은 “상대 종교에 대한 일말의 존중과 배려 없는 이 같은 선교 방식은 다종교사회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무지몽매한 개신교 선교의 현주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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