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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명법사 주지 화정 스님

“재능보시, 연화장 세계 꽃피우는 지중한 씨앗입니다!”

출가 이후 50여년 동안 ‘요익중생’ 올곧이 실천
신도간 인연 돈독해야 소속감 생기고 서로 도와
30여년 전 심은 재능씨앗 결실 맺어 포교 새 지평
어린이집·사회복지·봉사 명법사 상징이자 자긍심 
“신도님들 헌신 없었다면 오늘의 명법사 존립 못해”
“미추·선악 갈등 않는 세상 우리가 창출해야만 존재”

명법사 주지 화정 스님은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보듬어 선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 선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진실한 사람이 거짓된 인간을 포용하여 진실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진정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명법사 주지 화정 스님은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보듬어 선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 선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진실한 사람이 거짓된 인간을 포용하여 진실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진정 진실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8월26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입국했다. 명법사 주지 화정 스님은 이 소식을 들은 직후 1000만 원을 기탁했다. 생명의 위협 속에 흔들린 마음을 추스르고 삶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뜻일 것이다. 아울러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이것은 일부 종교단체들에 의해 퍼져가고 있는 ‘난민 포비아’를 극복하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최근 명법사에 작은 변화가 일었다. 지난한 과정 끝에 2007년 설립한 명법사 복지재단을 지원법인에서 운영법인으로 바꿨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사회의 그늘진 곳 더 깊숙이 드리우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다.

법장(法藏)당 화정(和靜) 스님은 평생 요익중생(饒益衆生)에 방점을 찍고 보살도를 실천해 왔다. ‘중생을 이롭게 해야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쉬이 답하지 못한다. 화정 스님은 ‘보시’와 ‘인연’을 들어 보였다.

“보살이 열반에 이르는 수행 즉 육바라밀의 하나가 보시입니다. 불자들의 신심을 증장시키는 데도 크게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것만 강조하다보면 자칫 소중한 불자들을 하나둘씩 잃을 수도 있습니다. 무주상보시의 의미를 적확히 아는 불자가 아니라면 ‘왜 나는 보시만 하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찰이나 신행단체 지도자들만큼은 신도들이 단순히 보시하는 데 그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지도자와 신도, 신도와 신도, 단체장과 회원, 회원과 회원 간의 인연들이 돈독히 맺어져야 합니다. 서로 인사 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까지도 나눌 수 있는 친밀한 인연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속감이 높아지고, 그 연대감에서 서로를 도우려는 상생심이 발현됩니다. 요익중생(饒益衆生)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지속적으로 불자가 줄어든 원인도 요익중생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짚는다.

“1998년 IMF사태 이후 사회 환경이 급변했습니다. 무한경쟁 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적응하지 못하거나 주춤거리는 사이 평생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직장을 한순간에 잃습니다. 낙폭이 크게 요동치는 경제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을 닫습니다. 불안한 심리가 가중되니 사회적 갈등도 증폭됩니다. 심리적 지지대를 잃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곤 합니다. 산사를 거닐거나 기도하며 내심 그 어떤 유무형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불교는 이 점을 두루 살펴가며 각각에 맞는 처방들을 내놓아야 합니다. 불보살님께 기도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서로의 인연을 맺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심리적 안정도 취할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환경을 세심히 조성해가야 할 때입니다.”

상생 원력은 화정 스님의 출가 원력과도 다르지 않다. 비교적 넉넉한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스님의 눈에 비친 사회는 “강한 자에 의해 약한 자가 괴로움을 받아야만 하는 세상. 거짓된 사람에 의해 진실한 사람이 무너지고 상처를 받아야 하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이 아닌 곳을 찾아 떠난 출가의 길에서 스님은 “그런 세상은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구축해야 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명법사 불교회관 전경.
명법사 불교회관 전경.

명법사는 단아한 대웅전과 요사채를 겸한 불교회관, 설법전 3동의 건물이 전부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절 밖으로 돌리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명법사 바로 앞에 위치한 ‘맑고향기로운연꽃동산어린이집’은 지역 최고의 어린이집이라는 명성을 20년째 이어가고 있다. 또 인근 영아 전문 시설인 아가동산어린이집, 어르신을 위한 보리살타 노인시설 등 평택과 안성 곳곳에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 큰 불사를 이어가는 힘을 화정 스님은 ‘재능보시’라고 강조한다.

“한 사람의 재능보시가 한 알의 씨앗입니다. 30년 전부터 심어진 그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의 명법사를 세우고 지금도 이끌고 있는 원동력은 재능보시입니다.”

명법사 대웅전 가는 길.
명법사 대웅전 가는 길.

대표적인 명법사의 인재가 김진 맑고향기로운연꽃동산어린이집 원장이다. 명법사의 크고 작은 불사에 참여했던 김택권 거사의 딸인 김진 원장은 원래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결혼을 앞두고 휴양 차 절에 왔다가 어린이법회에서 사용할 불교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스님의 부탁에 창작 율동과 무용 등을 개발해 주면서 명법사와 인연이 깊어졌다.

이후 12년간 매주 열리는 어린이법회를 도맡아 운영한 김진 원장은 미대 대학원을 마치고 사회복지를 공부한 후 명상치료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린이 명상지침서의 명저로 손꼽히는 ‘명상아 놀자’ 저자가 김진 원장이다.

“김 원장이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 덕에 유아들도 뛰어놀면서 명상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정서기능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도 갖게 해 줍니다. 아이들의 건강한 정신세계 구축에 큰 효과가 있음이 증명된 프로그램입니다.”

‘연꽃동산’과 해맑은 어린이.
‘연꽃동산’과 해맑은 어린이.

화정 스님은 일주일에 한번 여는 어린이법회를 확대해 어린이집을 만들고자 원력을 세웠다. 하지만 크고 작은 난관이 가로막고 있었다. 당시 김선기 평택시장이 기꺼이 나서 행정적 도움을 줬다. 한 푼이라도 운영비를 아끼려고 상업부기를 배우는 화정 스님의 모습을 본 김진 원장의 부군 김증원 거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기꺼이 무급 사무장이 되어주었다.

IMF사태를 맞아 “돈 줄이 마른 신도들을 위해” 신협을 만들고자 할 때 은행지점장을 퇴직하고 참여한 강병모 거사는 이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2007년 명법사사회복지재단 설립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강 거사의 배우자인 무상행 보살은 “평택에서 제일 인기 높은” 아가동산 원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사회복지재단은 학업 중단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을 비롯해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사업,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목욕봉사활동, 대량해고 사태를 맞은 쌍용자동차 자녀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 모든 일이 명법사 신도들의 자발적인 재능보시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복지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려는데 법인의 사업목적이 각종 지원사업에 국한돼 있다 보니 시설 운영을 하는데 법적 제약이 있더군요. 그래서 시설운영을 겸한 법인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행정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요. 부처님께 이를 만들어줄 인연을 보내달라고 기도를 했어요. 부처님께서 감응하셨지요.”

관건은 복지재단의 체계를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상좌인 마호 스님과 보견 스님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부터 명법사복지재단에 참여했다. 또 국내 최대 사회복지법인으로 급성장한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산 증인이라 불리는 최종환 현 영등포장애인복지관장이 기꺼이 명법사복지재단의 고문직을 맡아 스님을 도왔다. 최 고문은 2003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명법사가 평택시로부터 주간장애아동시설을 수탁받는 과정에서 행정적 난관을 처리하면서 스님과 인연이 됐다. 이후 명법사복지재단과 관련된 각종 자문을 도맡고 있다. 1988년에 수원불교학생회장을 맡아 명법사불교학생회와 교류하면서 인연을 맺은 안직수 사람과자연협동조합 대표도 무급 사무국장을 맡아 복지재단의 체계화에 함께하고 있다.

화정 스님 자서전 ‘대승불교 점심’.
화정 스님 자서전 ‘대승불교 점심’.

화정 스님은 2014년 학인스님을 지원하기 위해 용성진종조사 장학재단 출범을 준비했다. 마침 경기도교육청을 퇴임한 윤종순 보살이 무급 사무국장을 맡아 체계를 세웠다. 지금까지 매년 삼선불학승가대 학인스님과 평택지역 중고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재단 또한 윤 보살의 재능보시로 이어지는 셈이다.

명법사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배어있는 연꽃동산어린이집, 아가동산 어린이집, 사회복지재단, 용성장학재단, 자원봉사단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읽힌다. 신도들의 ‘헌신’이다. 재능보시와 헌신 근저에는 신도들이 고난에 처했을 때 발벗고 나서 도와주고 자리 잡도록 애쓴 화정 스님의 ‘요익중생’의 실천력이 자리하고 있다.

화정 스님은 2009년 회갑을 맞아 신도들이 보시한 4056만원 전액을 당시 대량해고 사태를 맞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서도 쌍용자동차 노동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3000만원을 지급했다.

“쌍용자동차가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거리로 내몰리겠습니까? 한참 공부해야 할 아이들은 또 어쩌란 말입니까. 그 아이들이 성장해 바른 사회인이 돼야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또 그들이 불자가 돼야 불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화정 스님이 명법사 사부대중과 펼쳐 보이고 싶은 세계가 궁금했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도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전하는 연꽃은 추(醜)에서 미(美)를 드러내는 불교 미묘법의 상징입니다. 미추·선악마저도 갈등하지 않고 어우러지는 그런 세계를 이 땅에 구현해야 합니다. 어렵다고요? 아닙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1000여 명이 갇혔습니다. 거기에 선악이 따로 존재합니까? 인상 좋은 사람만 구하나요? 생명 붙은 그 누구의 손이라도 잡지 않았습니까? 그 마음 하나가 상처 받은 사람, 무너져 가는 사람을 치유하고 일으켜 세웁니다.”

대중을 위한 가르침 한마디를 구했다. 화정 스님은 ‘화엄경’ 속 한 구절을 전했다.

“‘누군가 너에게 눈을 달라고 하면 네 눈을 주되 가는 길도 밝혀 주어라!’ 선한 사람이 악한 사람을 보듬어 선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는 진정 선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진실한 사람이 거짓된 인간을 포용하여 진실하게끔 노력해 주지 않는다면 그 또한 진정 진실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뭇잎에 내려앉는 초가을의 햇살보다 더 명징하게 빛나는 지중한 일언이다. 화정 스님의 법을 새겨가는 명법사 사부대중이 품은 원력은 예상 외로 지대하다!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뜻이요 원력이기도 하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화정 스님은
1966년 순형 스님을 은사로 명법사에서 출가했다. 선원과 강원에서 정진하며 선교를 겸비했다. 재단법인 명법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용성진종조사장학재단 이사장, 세계불교비구니협회 부회장, 삼선불전승가대학원 운영위원장 등의 소임을 맡고 있다. 현재 명법사 주지이다.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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