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1. 관습적 의식에 사로잡힌 바라문 자눗소니를 교화하다

진정한 사법은 바른 지혜로 해탈 성취하는 것

불에 기원하고 음식 공양한 의례
의미 모르는 관습적 행위 대부분
잘못된 삼업 버림이 진정한 사법
팔정도 행하는 게 부처님 가르침

흔히 종교를 정의할 때, “궁극적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고, 그것을 따르는 무리들에 의해 영위되어지는 의례를 동반한 문화현상”이라고 한다. 궁극적 질문이란 삶과 죽음의 문제와 같은 질문을 말한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요소가 의식적 절차인 의례이다. 오늘날 종교를 문화현상으로 정의하는 것은 문화에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에, 종교간의 문화를 서로 인정하자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그럴 때 종교간 갈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전통의 종교인 바라문교는 부처님 당시 주류종교로서, 다양한 의식을 통해 인도인들의 삶의 방식을 규정짓고 있었다. 바라문 자눗소니(Jānussoṇi)는 포살일에 하강의 의식을 치루고 있었다. 하강의 의식이란 머리를 감고 한 쌍의 아마옷을 입고 손에 젖은 꾸사풀을 들고 진행하는 의식이었다. 이를 본 부처님은 바라문 자눗소니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으면서 대화가 시작된다. 이 내용은 ‘앙굿따라니까야’ 5권 ‘첫 번째 하강의 경(Paṭhamapaccorohaṇīs utta)’에서 전하고 있다.

[자눗소니] 존자 고따마여, 오늘 바라문 가정에서는 하강이 있습니다.

[붓다] 바라문이여, 그러면 바라문들의 하강이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자눗소니] 존자 고따마여, 우리는 포살일에 머리를 감고 새로운 한 쌍의 아마옷을 입고 신선한 쇠똥을 땅에 바르고 신선한 꾸사풀을 깔고 모래와 화로 사이에 침대를 마련합니다. 우리는 밤에 세 번 일어나 불의 신에게 합장하고 귀의하며, ‘우리가 존귀한 그대를 숭배하기 위하여 하강합니다. 우리가 존귀한 그대를 숭배하기 위해 하강합니다’라고 말하고, 많은 신선한 버터기름과 참기름과 버터를 불의 신에게 바칩니다. 밤이 지나면 씹을 만하고 먹을 만한 맛있는 음식을 바라문에게 제공합니다. 이것이 바라문이 행하는 하강입니다.

많은 종교의례들이 다소의 형식은 다르지만 바라문 자눗소니가 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나 의식적 절차가 다를 뿐이다. 사실 이러한 의례들은 왜 그렇게 하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관습적으로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것이 보편종교 안에서 행해진다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신적 행위일 뿐이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붓다] 바라문이여, 바라문들의 하강과 성자들의 계율에 입각한 하강은 다릅니다.

[자눗소니] 그러면, 존자 고따마여,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붓다] 바라문이여, 세상에 고귀한 제자는 이와 같이 ‘잘못된 견해, 잘못된 사유, 잘못된 언어, 잘못된 행위, 잘못된 생활, 잘못된 정진, 잘못된 사띠, 잘못된 집중, 잘못된 앎, 잘못된 해탈은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악한 과보를 가져온다’라고 성찰하여 이들 잘못된 열 가지를 버리고 잘못된 열 가지로부터 하강합니다. 

하강은 빠쵸로하니(Paccorohaṇī)를 번역한 것인데, 성스러운 불에 기원하면서 음식 등을 바치는 의식을 말한다. 이를 한역에서는 사법(捨法), 즉 버리는 의식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진정한 하강, 즉 사법이란 우리들의 잘못된 견해, 사유, 언어, 행위, 생활, 정진, 사띠, 집중, 지혜, 해탈을 버리는 것이라고 가르치신다. 이는 팔사도(八邪道)를 버리고 팔정도(八正道)를 익혀 이로 인해 바른 지혜를 통해 해탈을 성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깨끗이 닦아 지혜를 계발하는데 방해되거나, 잘못된 신구의 삼업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강이요, 사법인 것이지 불을 숭배하며 음식을 바치는 행위로서는 올바른 하강이나 사법을 할 수 없다는 가르침인 것이다. 자눗소니는 이 가르침을 받고 기뻐하며 부처님의 재가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