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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금강역사 포효

기자명 이제열

금강역사는 소리로도 중생 일깨운다

사찰문 지키는 두 금강역사
입 여닫은 모습으로도 구별
‘옴’자 ‘아’와 ‘움’ 형상 표현
불교에서 ‘옴’은 진리 결정체

명산에 위치한 대찰을 방문하면 입구에서 일주문이나 천왕문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들 문에는 어김없이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이 세워져 있다. 사천왕은 비단 사찰을 지키는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삼보를 옹호하는 일, 더 나아가 사바세계 중생들의 선악 행위를 관찰하고 이를 욕계천의 우두머리인 제석천왕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불법을 옹호하고 삼보를 수호하는 신들을 호법신중(護法神衆) 또는 옹호성중(擁護聖衆)이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호법신중이나 옹호성중들도 알고 보면 각기 위계가 있고 성격이 있다. 기왕 호법성중과 옹호성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보자.

먼저 호법성중 가운데 가장 높은 존재는 여래가 화현한 금강신중(金剛神衆)이다. 이 분들은 비록 신의 위치에 있으나 본면목은 부처님으로서 부처님이 외도와 악마를 굴복시키고 정법을 수호하기 위해 신의 차원으로 화현한 것이다. 다음은 천계의 신중들이다. 천계의 신들에는 욕계천(欲界天)의 신중들과 색계천(色界天)의 신중들로 구분된다. 색계의 신중들은 욕계의 신중들보다 그 계위가 높다. 사찰의 문을 지키는 사천왕은 욕계천상의 신들이다. 불교의 천계는 욕계천, 색계천, 무색계천(無色界天)으로 나뉜다. 이 천계들 가운데에 욕계천과 색계천의 신중들은 존재하면서 무색계천의 신중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무색계천의 중생들은 몸과 의식이 지나치게 미세하여 신중의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지상의 신중들이다. 지상의 신중들은 신중들 중에도 그 계위가 가장 낮다. 이른바 산신, 조왕신, 용왕, 지신, 도량신 등이 그들이다. 법당에 모셔진 화엄성중의 탱화는 이와 같은 불계, 천상계, 지상계 신중의 계위로 그려져 있다.

이 글의 앞부분에 사찰입구의 수호신장인 사천왕을 언급하면서 호법신중에 관해 설명하였는데 소리와 관련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다.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보면 사찰입구를 지키는 호법 신중은 꼭 사천왕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찰의 문 앞에는 사천왕상 대신에 금강역사상을 배치한 경우를 보게 된다. 금강역사는 호법신중 중에 여래화현에 속하는 신이다. 용맹스런 모습으로 금강권을 인계(印契)로 하거나 금강검을 비껴들고 방어와 공격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금강역사들의 입모양이다.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한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관심을 쏟지 않지만 그 모습이 어떤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두 분 금강역사가 주문을 포효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왼쪽의 입을 벌린 금강역사는 아(a)자 주문을 오른쪽 금강역사는 움(ṃ)자 주문을 벽력같은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불교에는 많은 주문(다라니 또는 진언)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주문 중에도 가장 대표적인 주문은 옴(auṃ 또는 Oṃ)자 주문이다. 이 주문은 독립적으로 독송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주문들과 결합해 독송하기도 한다. 옴은 바로 두 분의 금강역사가 외치고 있는 아와 움의 합성어로, 곧 옴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옴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한마디로 팔만사천의 모든 부처님 가르침이 깃든 글자이다. 힌두교에서는 ‘옴’자를 창조주 브라흐만의 소리, 태초와 종말의 소리. 우주의 소리 영생의 소리 등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옴’자를 부처님의 팔만사천 가르침의 결정체로 삼는다. ‘옴’자 소리 하나에 모든 부처님 말씀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옴’자 속에 늘 청정, 진여, 공, 법계, 불생멸, 열반, 보리, 항마, 성취, 지혜, 자비 등 한량없는 공덕의 원리들이 들어있다.

비록 돌이나 나무를 깎아 만든 금강역사 상들이지만 그 상들은 소리 아닌 소리로써 부처님 가르침을 설하고 중생들의 무지와 악견들을 깨뜨려 주고 있는 것이다. 불자들이 혹 사찰 문 앞에서 이런 금강역사를 만난다면 부처님께 예를 갖추듯 정성껏 예를 올릴 것을 당부한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603호 / 2021년 10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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