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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기일

기자명 황산 스님

생일축하는 상대를 위한 기도
정성스레 챙기면 모두가 행복
제사는 누군가를 추모하는 일
방식은 상황 맞추는 게 바람직

1년 365일 중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하지만 같은 날이라도 챙겨서 기념해주면 더 좋은 날이 있다. ‘1월1일’이나 ‘매월 1일’ 또는 광복절, 현충일, 부처님오신날 등 공휴일은 그날의 의미에 맞게 기념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나 개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일(生日)’이 바로 그런 기념일이다. 생일을 정성스럽게 잘 챙기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좋은 기운을 받는다. 사람에게 돈이나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고단해도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면 힘이 절로 솟아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이것을 업장소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껏 고단하고 쌓였던 마음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생일을 기념해 서로 모여 축하해주고 음식을 나눠 먹거나 여행가는 방법도 있다. 이외에 부처님전에 생일불공을 올리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식이 부모를 위해, 내가 나를 위해 부처님전에 생일기도를 올리면 그 역시 큰 가피(효과)를 보게 된다. 생일축원을 올리든, 생일을 기념해 등을 달든, 쌀이나 향·초·꽃·과일 등을 선택해서 공양을 올리든 모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비춰지게 된다.

자신의 생일을 챙기는 사람이 없거나 주변에서 내 생일을 잊고 지나갈 때 마냥 실망하지 말고 스스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도 괜찮다.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되 내가 먼저 타인의 생일을 기록하고 축하해 주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남을 위한 기도가 꼭 부처님 앞에서 하는 것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생일 축하도 그를 위한 기도이다. 내가 먼저 의미 있게 축하해 주기를 반복하면 저절로 본인에게도 돌아오기 마련이다. 머물지 않고 마음 내어서 아무런 기대 없이 그저 정성껏 축하해 주면 복이 생겨 내게도 좋은 일이 생긴다.

돌아가신 분께도 생일을 축하해 주면 아주 좋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은 생일 보다는 돌아가신 날인 ‘기일(忌日)’을 추모한다. 돌아가신 후 구천을 헤맨다면 기일을 챙기는 행동이 영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설사 윤회라는 것이 없더라도 돌아가신 분의 기일을 기념하는 그 마음이 선하게 작용되어 자신을 바르고 행복하게 만드는 기틀이 된다. 그러니 기일을 추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일 추모를 다른 표현으로 ‘제사를 모신다’라고 할 수 있다. 제사 모시는 본래 의미는 기일을 추모하는 것과 같음에도 ‘제사 지낸다’라고 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제사 모시는 것을 당연시 여겼고, 안 모시면 불효자식으로 여겨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 제사는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제사의 의미는 사라져 형식만 남아 있고 상차림의 형식이 누군가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시대이다. 그래서 제사 때문에 종교를 갖거나 바꾸기도 하고, 지금은 아예 제사를 없애거나 대폭 줄이기도 한다.

황산 스님
황산 스님

제사 본연의 의미인 ‘기일을 추모한다’를 생각한다면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전엔 생일상을 거하게 차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간단히 케이크로 대체해 축하해 주기도 한다. 제사상 차림이나 제사의 형식도 현대에 맞게 바뀌어도 된다. 형제가 많을 때 장남만 제사를 모셔야한다는 생각도 유교적 관습에 불과하다. 여러 형제가 있으면 각자 위치에서 제사를 모셔도 된다. 물론 기일에 절에서 부처님전에 기도 올리며 추모하는 것도 좋다. 위패를 한 절에만 모시는 것도 괜찮고 여러 절에 모셔도 좋다. 그 원리를 생각하면 기념하고 추모하는 방식은 상황에 적절하게 맞춰가며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사는 나와 너, 망자와 영가 등 우리 모두 깨달아 행복해지는 것이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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