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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자이나교도인 촌장 아시반다까뿟따를 교화하다

의도가 행위를 이끄니, 의도를 맑히는 것이 중요

자이나교는 행위 자체에 초점
부처님은 잘못된 행위 했을 때
철저한 참회로 악업에서 벗어나
사무량심 닦아 해탈 가능 설파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나름의 윤리적 기준들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불교에서는 5계, 기독교에서는 10계, 자이나교는 5대서약, 이슬람의 다섯 기둥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윤리적 기준들은 일종의 인과관계를 갖는다. 즉 이것들을 지키면 그에 따른 좋은 결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 이 가운데 불교와 자이나교의 경우는 종교적 도그마가 없는 윤리적 덕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은 종교적 의무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는 리차드 도킨슨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일종의 ‘협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덕목들의 준수 여부가 사후세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어느 날 부처님이 라자가하(Rājagaha) 근처에 있는 날란다(Nālandā)시에 머물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그 때 그 마을의 촌장인 아시반다까뿟따(Asibandhakaputta)가 부처님을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붓다] 촌장이여, 니간타 나타뿟따는 제자들에게 어떻게 가르침을 설합니까?
[촌장] 존자시여, 니간타 나타뿟따는 제자들에게 “누구라도 생명을 해치면, 주지 않는 것을 빼앗으면,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면, 거짓말을 하면 모두 괴로운 곳 지옥에 떨어진다. 누구라도 반복해서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그 때문에 운명이 이끌려진다”라고 가르침을 설합니다.
[붓다] 촌장이여, 누구라도 반복해서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그 때문에 운명이 이끌려진다면, 그렇다면 아무도 니간타 나타뿟따의 말처럼 나쁜 곳 지옥으로 갈 수 없습니다.

니간타는 자이나교의 교주이다. 위 경문을 보면 불교의 5계와 같은 내용을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5계를 지키지 않고, 그 반대로 행동하면 악업을 짓게 되고 그로인해 니간타의 말처럼 지옥에 가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니간타의 말이 맞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것을 비판하고 있다. 

니간타는 업을 말할 때, 행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문과 같이 “누구라도 반복해서 (행위를)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그 때문에 운명에 이끌려진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 악업과 선업 혹은 비악업 가운데 많은 행위를 한 것이 운명을 이끌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붓다] 촌장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사람이 밤이나 낮이나 때때로나 살아있는 생명을 해친다면, 생명을 해치든가 생명을 해치지 않든가 그 어느 시간이 더욱 많겠습니까?
[촌장] 존자시여, 생명을 해치는 시간이 적고 생명을 해치지 않는 시간이 더욱 많겠습니다.
[붓다] 그렇다면, 아무도 니간타 나타뿟따의 말처럼 나쁜 곳 지옥으로 갈 수 없습니다.
행위의 총량을 놓고 본다면, 지옥의 과보를 초래하는 생명을 해치는 시간과 지옥의 과보를 초래하지 않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시간을 비교해 볼 때, 어떤 시간이 더 많을까. 당연히 생명을 해치지 않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다면 아무도 지옥에 갈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부처님은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신 것일까. 

부처님은 만약 어떤 사람이 “스승이 ‘누구라도 생명을 해치면 모두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생명을 죽인 적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그 말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이어지는 내용에서 말씀하신다. 결국 생명을 해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생명을 해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했더라도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니, 그것에 대해 철저하게 참회하고, 그러한 악업으로부터 벗어나, 탐진치를 버리고 사무량심을 닦는 것’을 통해 해탈할 수 있음을 말씀하신다.

니간타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부처님은 의도가 행위를 이끄는 것이니 그 의도를 맑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신 것이다. 이 가르침을 듣고 촌장은 부처님의 재가신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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