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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흥천사 무량수전에는 턱이 없다

기자명 최명숙

사찰 배려 덕에 자유로이 넘나 들어

장애인 불자 위해 변화하는 사찰
지하 1층~지상 3층까지 넘나들어
사찰 내부 편의 시설 점차 늘어나
나아진 접근 환경 홍보도 시급해

흥천사 전법화관 2층 턱이 없는 무량수전.
흥천사 전법화관 2층 턱이 없는 무량수전.

잔뜩 흐린 일요일 아침에 돈암동 흥천사로 향했다. 

수년간 큰 불사를 해온 흥천사는 문화재 복원 불사 등 앞으로도 긴 불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역사와 자연, 사람이 함께하는 전법 도량으로 내일의 미래가 기대되는 절, 꿈이 이루어지는 곳으로의 큰 원력이 담긴 것이리라.

흥천사는  태조 이성계가 왕비인 신덕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건립한 조선 왕실의 원찰이었다. 정릉 동쪽에 세워졌던 큰 절이었지만  두 차례 불이 나서 폐허가 되었다가 현종 때 흥천사와 같은 뜻의 신흥사라는 이름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이후 정조 18년에 현재 자리로 옮겨 흥천사를 계승했고, 고종 2년에는 흥선대원군의 지원으로 중창한 뒤 흥천사라는 이름을 다시 갖게 됐다고 한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편도 1차선의 오르막길을 올라 도착한 흥천사는 아파트 숲과 자연의 숲이 만나는 곳에 있다. 극락보전, 명부전, 대방, 용화전, 독성각, 북극전, 종각, 노전 등 전각과 삼각선원, 느티나무 어린이집이 병풍처럼 서 있는 산새에 오밀조밀 어울려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아이와 젊은 부부가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온 듯하고 극락보전과 용화전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비옷을 입은 한 노인은 귀에 익은 대중가요를 흥얼거리며 전법회관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누가 오더라도 절 경내는 어느 곳이든 어색함 없이 마음 편히 오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코로나19로 마음대로 집 밖을 나오지 못하는 불안한 시기에 흥천사가 가벼운 산책을 하며 힐링하는 기회를 제공하였을 터이다. 나누고 회향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살리고 지역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있고,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는 것은 포교의 좋은 환경이라 짐작되었다. 

2020년 10월에 개관한 흥천사 전법회관을 오늘에야 처음 둘러보았다. 지난해와 올해 흥천사를 몇 번 들렸음에도 코로나19로 조심스러운 마음에 전각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전각 밖에서만 합장 반배로 참배만 했고 전법회관에 대해서는 궁금증 가득한 마음만 갖고 있었다.

전법회관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 구조로 1층에 종무소와 식당, 2층에 무량수전과 청소년실, 3층에 약사전, 지하 1층에 지장전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전 층에 있고 어느 곳에도 턱이 없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법당에 자유로이 들어가 참배도 하고 법문도 들을 수 있는 구조라 반가웠다. 잘 되어 있으리라 짐작은 했으나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무량수전에서 일요법회가 진행 중이었다. 거리두기를 지켜 앉은 소수의 신도만 참석한 가운데 주지스님께서 “범천과 윤회, 사람의 몸을 받기 어렵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도 어려우니 수행을 잘해야 하며, 지금, 이 순간이 수행할 최고의 순간이니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실천하라”는 법문을 하셨다. 법문이 끝난 후, 경사로가 있고 턱이 없는 지하 1층의 지장전도 참배하였다. 그리고 흥천사 근처에 사는 장애인 친구에게 전법회관 내의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흥천사 전법회관과 같은 시설이 있는 절들이 꽤 있을 것이다. 대구의 동화사도 흥천사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장애인이 접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절의 환경을 알 수 있도록 홍보를 하거나 자료로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된 듯하다. 그래야만 사찰에 가면 무조건 불편하다는 일반적 편견도 줄이고,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한 곳에는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흥천사를 나오며 어디선가 읽은 “행복해지려면 혼자서 말고 손잡고 오르라”는 무산 큰 스님의 세상과 사람에 대한 가르침을 새겨보았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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