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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지옥의 소리-하

기자명 이제열

중생들 신음소리로 지옥 이름 명명

팔한지옥은 모두 소리와 관련
확확파지옥·호호파지옥 대표적
불교, 무기징역 아닌 유기징역
과보 다하면 지옥에서 벗어나

전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독교 등 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의 지옥은 단층 구조의 성격을 띤다. 죄의 경중보다는 전적으로 신을 믿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천국행과 지옥행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곳에 한 번 태어나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반해 불교의 천국과 지옥은 인간의 행위 결과에 따라 정해지기에 다양한 계층이 있고 즐거움과 괴로움도 각기 다르다. 불교경전에 근거해 본다면 초기경전의 경우 지옥은 죄 지은 중생이 반드시 죽어서만 태어나는 곳이 아니다. 죄가 무거운 중생은 산채로 지옥에 떨어진다. 부처님을 모해했던 데바닷타는 부처님을 해치려 달려들다가 땅이 갈라져 그대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구사론’의 ‘세간품’에서 불교의 지옥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 인간들이 사는 지구를 염부제라고 한다. 지옥은 이 염부제의 땅 깊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불교의 지옥은 크게 두 구조로 나뉜다. 한쪽은 매우 뜨거운 지옥, 다른 한쪽은 매우 추운 지옥이다. 그리고 이 두 종류의 지옥에는 각기 8개의 큰 지옥들이 있어 이를 팔한지옥(八寒地獄), 팔열지옥(八熱地獄)이라 부른다. 또한 이들 팔열·팔한지옥에는 각기 16개의 작은 지옥들이 소속되어 모두 136개의 지옥들로 구성되어 있다. 팔열지옥은 살생의 과보로 태어나는 등활지옥(等活地獄), 도둑질과 사견의 과보로 태어나는 흑승지옥(黑繩地獄), 음행과 살인의 과보로 태어나는 중합지옥(衆合地獄), 음주와 마약 등 지혜를 흐리는 음식을 취한 과보로 태어나는 규환지옥(叫喚地獄), 악행만족·망어만족·음주만족의 과보로 태어나는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 역시 망어·기어·양설 같은 구업을 지은 과보로 태어나는 초열지옥(焦熱地獄), 남을 타락시키고 사기치고 억울하게 한 과보로 태어나는 대초열지옥(大焦熱地獄), 부모를 죽이고 스승을 죽이고 부처님을 해하는 등 오역죄를 범한 과보로 태어나는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 무간지옥을 아비지옥이라 하는데 지옥 가운데에 가장 고통이 극심한 곳이다.

다음은 팔한지옥으로 모두 소리와 관련되어 지어진 이름이다. 중생들은 살아 있을 때에 살생·도둑질·사음·망어·사견 등 한량없는 종류의 악행을 저지르는데 각기 자신이 업에 따라 팔한지옥에 태어나게 된다. 팔한지옥은 알부타지옥(頞部陀地獄), 니라부타지옥(尼喇部陀地獄), 알찰타지옥(頞哳陀地獄), 확확파지옥(矐矐婆地獄), 호호파지옥(虎虎婆地獄), 올발라지옥(嗢鉢羅地獄), 발특마지옥(鉢特摩地獄), 마하발특마지옥(摩訶鉢特摩地獄)이다.

이와 같은 지옥들 가운데 소리와 관련하여 이름 지어진 지옥들은 팔열지옥의 규환지옥과 팔한지옥의 알찰타 지옥, 확확파지옥, 호호파지옥이다. 규환은 고통이 심하여 내뱉는 비명이나 신음 소리를 의미한다.

우리 일상에 쓰는 말 가운데에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아비는 고통이 잠시도 끊이지 않는 무간지옥을, 규환은 비명이 가득한 지옥을 가리켜서 나온 용어들이다. 팔한지옥의 알찰타나 확확파, 호호파는 각 지옥에 태어난 중생들이 너무나 추워 내뱉는 소리를 지옥의 명칭으로 삼은 것이다. 어찌나 추운지 쉬지 않고 “알찰타 알찰타…” 하는 신음 소리를 낸다거나 숨이 멈출 것처럼 추워 “확확파 확확파…” 하는 소리를 낸다거나 죽을 것 같아 “호호파 호호파…” 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악행을 저지른 중생들의 비명과 신음소리를 지옥의 명칭으로 삼았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다.

불교의 이러한 지옥들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신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의 지옥처럼 영원성이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중한 죄를 저지른 중생이라 할지라도 그 과보가 다하면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옮겨가게 된다. 기독교의 지옥이 누구에게나 무기 징역이라면 불교의 지옥은 유기징역이다. 불교의 지옥 주체는 신도 부처님도 아닌 중생 자신으로 태어나고 안 태어나고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사후의 지옥이 있느냐 없느냐는 각자의 믿음에 달려 있겠지만 지옥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들이여! 저곳을 보라 걸어 다니는 지옥들이 있다!”고.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yoomalee@hanmail.net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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