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위해서는 오로지 참선만을 할뿐 다른 것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선가의 오래된 속설이다. 그러나 동국대 불교학부 김성철 교수는 이를 정면으로 부인한다. 선수행에 들어가는 것을 흔히 사교입선(捨敎入禪), 즉 교(敎)를 버리고 선(禪)에 들어가는 것으로 말하지만 무언가 있어야 버릴 것 아닌가. 그래서 김 교수는 사교입선을 교학을 버리고 선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아닌, 교학 공부가 무르익어야 비로소 선 수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한다.
‘선불교의 뿌리’는 이런 김 교수의 주장을 논리정연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선불교는 어느 순간 우리 곁에 툭 떨어진 것이 아닌 동아시아의 삼론학(三論學), 멀리는 인도 중관학(中觀學)의 실천적 변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고자 한다면 의욕을 앞세우기보다는 자세한 지도를 가져야 하는 것처럼 선수행 또한 중관과 삼론학이라는 가르침을 만날 때 보다 쉽게 삶과 죽음의 문제를 관통해 깨달음의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조근한 가르침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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