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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전동표(53) - 상

기자명 법보

연등회서 벅찬 감동·행복 느껴
절에 대한 불편 사라지고 귀의
유년 거치며 염불, 삶의 일부로 

전동표
전동표

누군가 “인생에 기회는 꼭 세 번 온다”는 말을 했다. 아마도 그 말은 나를 위한 말 같다. 그 세 번의 큰 기회는 내 삶에 전환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유년시절이다. 중학생 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 가는 길에 낙산사를 방문했다. 버스에서 내려 낙산사 산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막 지나갈 때 갑자기 무서움이 밀려와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주저앉을 만큼 온몸이 떨려 사천왕문 앞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갈팡질팡했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기억 속에 각인된 절에 대한 첫 경험이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됐다. 그날은 일요일이라 무료하게 집에 있을 때였다. 연락도 없이 찾아온 친구가 주택가에 위치한 절로 나를 데려갔다. 그 절은 천태종 지역분회에 속한 절로 아주 작았다. 중학교 때 경험한 일 때문에 절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는데 친구는 다짜고짜 초파일 하루 전날이라 일이 많으니 도와 달라며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결국 거절도 못하고 나름 열심히 작은 손을 보탰다. 국수를 나르고, 어르신들 가슴에 연꽃을 달아 드렸으며, 다음 날에는 제등행사에 안전요원일도 했다. 부처님오신날의 연등축제 모습은 텔레비전이나 길거리에서만 보았을 뿐 직접 참가한 것은 처음이었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환하게 어두운 밤거리를 비추며 긴 행렬이 이어지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환희로웠다. 특히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불편한 몸으로 촛불이 꺼질까 조심스럽게 연등을 들고 가는 모습과 어린 아이 손에 들려진 연등을 보면서 형용할 수 없는 행복과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이틀간의 봉사 경험은 그동안 내안에 잠재되었던 무섭고 불편하게 느꼈던 절에 대한 감정들을 사라지게 했고, 부처님께 귀의하게 된 인연이 되었다.

그후 매주 토요일 불교학생회 법회에 참석했다. 타지역으로 학교를 다녔기에 수업이 끝나면 무거운 가방을 둘러매고 뜀박질을 해야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법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런 열정 때문이었는지 3년 동안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2년 6개월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나머지 6개월은 대학입시로 인해 공부에만 전념했으니 말이다.

염불하면 소원을 이루고 부처님의 가피가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고등학생 3학년 때였다. 대학 입시 전기에  떨어진 나는 후기 시험을 준비할 때도 결과를 기다릴 때도 염불정진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매일 사십분 거리에 위치한 절에 가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나 4시까지 한자리에 앉아 일념으로 정진했다. 온몸이 뒤틀리고 다리가 저려왔지만 간절한 마음에 그 아픔마저도 견딜 수 있었다. 염불에 대한 깊은 배움도 이해도 없었지만 큰스님의 ‘정성껏 기도하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가르침이 생각나 오롯이 기도에만 의지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합격 소식이 들렸다. 다음날 한걸음에 절로 달려가 부처님께 감사를 드렸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해진 시간이었고, 염불은 내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두 번째 기회는 IMF 외환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1997년 대한민국은 국가부도로 IMF 외환위기가 휘몰아쳤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국민들의 가계는 힘들어졌다. 나 역시 젊은 나이에 시작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내 앞에 닥친 현실은 절벽 앞에 선 마음이었으며, 무엇을 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했다.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학창시절처럼 열심히 기도하지 않은 내 자신을 원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회와 함께 살려달라고 애원하듯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많은 곳에 취직 서류를 보냈다. 오랜 기다림 속에 많이 지쳐있던 어느날 드디어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다. 

대학 합격 소식만큼이나 기쁘고 행복했다. 비록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야 했지만 그래도 인생의 거친 파도를 부처님 가피로 무사히 넘어설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르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겉모습만 불자로 살아왔을 뿐 진실된 신행생활을 하지 않은 나에게 부처님의 따끔한 가르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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