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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공룡천지 국화천지 조계사에 꽃이 지다

기자명 최명숙

부처님 가르침 배우는 수행의 계절

꽃향기 품은 풍경 무언의 가르침 줘
불교문화단체와 함께한 공연에서
장애인 위한 세심한 배려 느껴져

조계사국화나눔전 공룡 모습.
조계사국화나눔전 공룡 모습.

10월 한 달 종로의 조계사는 국화천지, 공룡천지였다. 조계사 경내에 부처님 탄생과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을 국화로 장식한 조형물이 조성됐다. 불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국화의 정취를 느끼며 가을을 즐기게 했다. 그리고 사방천지에 국화 향기를 폴폴 날리며 날아오르고 뛰어다닐 것 같은 국화공룡을 본 지인들이 왜 갑자기 조계사가 중생대로 돌아갔느냐, 언제부터 공룡이 출몰했느냐면서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었다. 경내를 오가는 사람들 곁을 스쳐 가다 꽃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화꽃 속을 거닐며 부처님의 삶과 어우러진 국화꽃을 그대로 아름답게 느끼는 이도 있고 이것은 왠지 마음에 안 들고 저것은 좋고 하면서 조화로운 전체 풍경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보인다. 이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꽃향기 가득한 풍경은 도심 속 고요한 경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또한 여유 없는 맘으로 각박하게 타인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사람이라면 좋아도 좋다고 느낄 여유가 없음에 다 그런 세상 풍경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당장은 그렇더라도 계절이 바뀌고 나면 그리운 시절로 기억할 수도 있다.

바로 보아야 할 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보지 않아야 할 것에 눈이 가고, 바로 들어야 할 것을 바로 듣지 못하고 듣지 않아도 될 것들에 먼저 관심이 가는 우리이다. 순간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인연들과 만나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조절하며 삶을 살아내는 것을 국화 송이마다 배우게 된다.

국화꽃으로 곱게 단장한 탄생상에서 열반상까지 부처님상을 따라가다 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결같을 테지만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것과 길 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방편처럼, 시간의 흐름처럼 다른 것은 아닐까 싶다. 부처님처럼 길 위에서 사람들 속으로 한 발짝 먼저 다가가 세상 누구라도 만나 소통하는 수행의 삶을 배워야 하는 계절인 것 같다.

꽃 속을 거니는 사람, 대웅전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 그리고 남녀노소, 조계사 경내는 모든 대중이 다 모인 작은 세상이다. 부처님의 길을 따라가는 수행의 길에 큰 공룡 몇 마리가 호위무사가 돼주니 더욱 좋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하고, 또 어떤 이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장애 때문에 사진이 흔들리니 다른 분에게 부탁하라”고 하자, 내게 미안한 기색을 하며 지나갔다. 디카로 사진을 찍는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을 하면 뇌성마비 장애로 타인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은 어려워 거절을 하면서도, 부탁한 이에게 미안한 적이 많다. 나는 찍어주질 못해 미안하고 부탁한 이는 장애가 있는 내가 자신의 부탁으로 상심하지는 않을까 하는 미안해했을 것이다.

탑 앞에 서 있으니 2주 전 같은 날 공연을 했던 사람이라며 합장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10월 15일부터 3일간 조계사 마당 야외무대에서 ‘2021 불교문화대전’ 비대면 녹화가 진행됐었다. 장애인들도 불교문화예술단체들과 함께 한 공연이기에 장애 불자들에게 큰 의미였다. 장애불자 작사곡 노래, 시 낭송, 발달장애피아니스트의 피아노병창 등으로 꾸몄으며 시 낭송 부분에는 수어통역을 넣어 의미를 더했다.

주관 부서인 조계종 문화부에서는 무대 경사로 설치, 공연장 오가는 일 등 장애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함께한 단체들도 진행 회의에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자 배치 등 고려사항을 먼저 챙겨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정도를 짐작게 하였었다. 이 또한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극락전 앞 열반상 부처님이 마치 공룡천지 국화천지 조계사에 국화꽃이 지고 아름다운 시월이 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듯 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607호 / 2021년 11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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