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아미타불회도’ 및  강진 백련사 ‘삼장보살도’ 

기자명 이숙희

예천 보문사 도난 불화 2점 26년만에 회수

도난 후 채색 일부 덧칠 화기도 인위적으로 지우고 잘라 훼손
‘삼장보살도’, 삼장보살과 명부 시왕 함께 등장한 이례적 작품
백련사 불화도 1점만 회수…호남 활동 불화승 쾌윤·평삼 제작

사진 1) 보문사 삼장보살도, 1767년, 189x233cm. 
사진 1) 보문사 삼장보살도, 1767년, 189x233cm. 문화재청 제공.

경상북도 예천군 보문면 보문사길 243 보문사에 봉안되어 있던 ‘삼장보살도’와  ‘아미타불회도’는 1989년 6월5일 도난되었다가 26년만인 2014년 8월 서울에 소재한 한 사립박물관장의 수장고에서 발견되었다. 이 불화 2점은 제자리로 돌아가 지금은 보문사 극락전에 봉안되어 있다.

예천 보문사(普門寺)는 676년 통일신라 때 의상이 창건하고 1185년 지눌이 극락전을 비롯하여 여러 전각을 중창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진왜란 때 화재로 대부분 불타버려 154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보문사와 관련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이로부터 250년 뒤 1791년에 간행된 ‘예천보문사선당중수기’에는 18세기 말에 선당(禪堂)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1821년의 시문집인 ‘약포집’ 속집 제3권에도 보문사는 예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수계리 학가산 기슭에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작성된 보문사의 ‘재산대장’과 조선총독부 ‘관보’ 제1780호를 보면 후불도 2점을 비롯하여 현왕탱 1점, 산신탱 1점, 독성탱 1점, 지장탱 1점, 신중탱 1점 등 7점의 불화가 있었다는 것이다(‘일제강점기 경북사찰재산대장 집성’ 상, 경상북도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2018).

이번에 회수된 불화 2점은 후불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장보살도’와 ‘아미타불회도’는 도난 후 채색이 일부 덧칠되었고 화기도 인위적으로 글자를 지우거나 잘라낸 흔적이 있다. ‘삼장보살도’는 전체 화면이 2단으로 구성되었는데 상단에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천장보살(天藏菩薩)과 지지보살(持地菩薩)을 그렸으며 하단에는 시왕들이 죽은 자들을 심판하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사진 1). 

중심이 되는 주존이 한 분이 아니라 세 보살이며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의 불화이다. 그 연원을 알 수 없지만 18세기에 명부의 교주인 지장보살 신앙이 크게 유행하면서 상계(上界)의 천장보살과 음부(陰府)의 지지보살이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하늘과 땅, 지옥을 주재하는 교주로서 삼계(三界)의 신앙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그림은 죽은 자와 그 영혼을 천도하는 의식인 수륙재(水陸齋)의 한 부분을 그린 것이나 삼장보살과 명부의 시왕이 함께 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나무와 성벽으로 구획하여 시왕이 죽은 자들의 죄업을 판결하는 장면에서부터 지옥에서 형벌을 받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화면 구성과 인물들의 다양한 형태가 특징적이다. 

화기는 아랫부분이 절반 이상 잘려나간 상태이지만 다행히 ‘정해(丁亥)’라는 간지가 남아 있어 1767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다. ‘삼장보살도’는 화면 구성과 인물 표현, 채색 등에서 그 가치가 인정되어 2017년 보물 제1958호로 지정되었다.
 

사진 2) 보문사 아미타불회도, 1767년, 246X212cm. 문화재청 제공.
사진 2) 보문사 아미타불회도, 1767년, 246X212cm. 문화재청 제공.

‘아미타불회도’는 중앙에 아미타불을 크게 그리고 그 좌우로 협시인 관음, 세지보살과 팔대보살, 십대제자, 사천왕상, 팔부중 등 다양한 권속들이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다(사진 2). 화면은 2단 구성으로 하되 하단의 상들이 전신의 모습으로 그려진데 비하여 상단은 제자와 신중들의 얼굴만 작게 그려 넣어 시각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아미타불은 금박으로 수놓은 붉은 법의를 걸치고 수미단 위의 연화대좌에 결가부좌를 하고서 중생들을 향하여 설법하고 있는 장면이다. 

보통 아미타불이 팔대보살과 함께 표현될 때에는 ‘아미타팔대보살도’ 또는 ‘아미타구존도’라고도 부른다. 팔대보살은 관음, 문수, 보현, 금강장, 제장애, 허공장, 미륵, 지장보살을 말한다. 아미타불의 협시로 백의(白衣)를 입고 손에 정병을 들고 있는 백의관음보살이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 불화에 나타나는 시대적 특징이다. 본래 백의관음은 모든 재난을 없애주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믿음이 있어 널리 숭앙되었던 보살이다. 화기는 글자 일부가 지워져 있으나 그나마 ‘건륭(乾隆) 32년’의 연호가 확인되어 1767년에 제작된 작품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미타불회도’와 ‘삼장보살도’는 불화승의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같은 시기에 제작되어 대웅전에 함께 봉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라남도 강진 도암면 백련사길 145 백련사 대웅전에 봉안되었던 ‘삼장보살도’ ‘삼불회도’ 등 불화 2점도 1994년 7월22일에 도난되었으나 ‘삼장보살도’만 2020년 7월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장의 수장고에서 회수되었다.

강진 백련사(白蓮寺)는 839년 무염 스님이 창건한 통일신라 사찰로 산 이름에 따라 만덕사(萬德寺)라고도 불리웠다. 절은 오래되었지만 그 연혁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이 전하지 않는다. 조선 전반의 기록인 ‘동문선’ 제81권과 ‘신증동국여지승람’ 제37권을 보면 백련사는 만덕산에 있는데 신라 때 세우고 고려의 원묘 스님에 의해 중수되었으나 왜적의 침략으로 폐허화된 후 조선시대 행호 스님이 다수 전각을 중수하면서 사찰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 내려와 찬술한 ‘다산시문집’ 제13권에도 백련사는 낡고 헐어서 불사가 많이 폐기되었는데 1803년 봄에 해일(海鎰) 스님이 보시로 얻은 15~16만전을 시주하여 절을 중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사진 3) 백련사 삼장보살도, 1773년, 185X315cm. 문화재청 제공.
사진 3) 백련사 삼장보살도, 1773년, 185X315cm. 문화재청 제공.

‘삼장보살도’는 지장보살, 천장보살, 지지보살을 중심으로 무릎 아래에 일렬로 협시보살을 배치하고 그 주위로 30명이 넘는 권속들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사진 3). 이러한 상하 2단 구도와 삼장보살 및 권속들이 좌우대칭으로 서 있는 질서정연한 모습은 18세기 조선 후기의 불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천장과 지지보살은 화려한 보관과 얼굴, 목걸이 장식 등에서 똑같은 모습이나 손에는 경권(警策)을 들고 있거나 설법인(說法印)을 하고 지장보살은 왼손에 석장(錫杖)을 쥐고 있다. 

삼장보살 모두 얼굴은 살찐 편으로 무표정하며 협시와 권속들도 형상이 다양하지 않고 밋밋해 생동감이 좀 떨어진다. 전체 화면도 붉은 색과 녹색 위주이며 천의와 옷자락에 부분적으로 청색을 사용하여 밝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특히 화면 구성과 인물표현, 채색 등에서 1781년에 제작된 하동 쌍계사 ‘삼장보살도’와 유사하여 같은 시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화면 아래 양쪽에 있는 화기는 글자 일부가 지워져 있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다만 ‘건륭(乾隆) 38년’ 과 ‘금어(金魚)’의 이름이 남아 있어 1773년에 쾌윤(快允)과 평삼(平三) 등이 함께 제작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쾌윤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까지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불화승으로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함께 도난되었던 보문사 불화 4점 중 ‘영산회상도’ ‘신중도’와 백련사의 ‘삼불회도’는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608호 / 2021년 11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