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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중앙종회, 종회 유회 책임 총무원에 전가 논란

  • 교계
  • 입력 2021.11.11 15:46
  • 수정 2021.11.12 10:09
  • 호수 1609
  • 댓글 2

의장단 및 상임분과위원장, 11월11일 연석회의
“정청래 발언, 총무원 미온 대응에 의원들 불참”
의원들 개별 의사확인 없이 단정적 결론에 논란
회기 길어지면 의원들 중도 귀향 관례로 굳어져
“불성실한 의정활동 비판 피하려 총무원에 전가”

조계종 중앙종회가 11월11일 오전 222회 정기회를 속개할 예정이었지만, 재적의원 80명 가운데 21명만 참석해 성원부족으로 유예됐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11월11일 오전 222회 정기회를 속개할 예정이었지만, 재적의원 80명 가운데 21명만 참석해 성원부족으로 유예됐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내년도 중앙종무기관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성원 부족으로 유회를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성원 부족이 정청래 의원의 불교폄하 발언에 대한 총무원 집행부의 미온적 대응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중앙종회가 정기회 유회에 대한 책임을 총무원 집행부로 전가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종회 의장단 및 상임분과위원장들은 11월11일 오전 222회 정기회가 성원 부족으로 유회된 직후 연석회의를 갖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어 총무분과위원장 선광 스님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와 관련한 중앙종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선광 스님은 “종회가 유회된 것은 어제 본회의 종책질의 과정에서 정청래 의원의 불순한 행동에 대해 질의했고, 그 과정에서 집행부에서 명확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며 “의원 스님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집행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오늘 성원이 안 된 것은 (그런 점에 대한) 의원 개개인의 의사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산 종회가 파행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앞으로는 대사회적 관계,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정청래 의원 문제를 집행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고, 중앙종회에서도 대표단을 구성해 집행부와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광 스님은 또 “종회의원 개개인의 의사표현이 종회 불참으로 이어졌다”고 재차 주장한 뒤 “종회의원들에게 충분한 명분을 줘서 중앙종회가 다시 원만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의장 스님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선광 스님은 ‘불참한 의원들의 뜻을 직접 확인했느냐’는 질의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스님은 “종회 회기 중에 안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앙종회의원의) 의사표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중앙종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회기가 길어질수록 의원들의 참석률이 떨어졌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중앙종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지방에서 사찰주지를 맡고 있어 장기간 사찰을 비울 수 없거나, 낯선 잠자리 등을 이유로 회기 중간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스님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3~4년 사이에 열린 중앙종회 임시회나 정기회에서 회기를 채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 본회의 개원 하루 만에 서둘러 안건을 처리하고 폐회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오늘 안건을 모두 처리하지 않으면 내일 성원이 어렵다”는 것은 회기 때마다 중앙종회의원들 사이에서 회자 되는 말이기도 했다.

11월10일 본회의 마지막에서도 일부 스님들이 예산안 처리 등을 남겨 놓은 채 “오늘 여기서 휴회하고 내일 속개하자”고 제안했을 때도 중앙종회 사무처장 우봉 스님을 비롯한 많은 스님들이 “성원이 안 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진행해 안건을 모두 처리하자”고 호소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다수 스님들이 개인 사정 등으로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터였다. 따라서 중앙종회 의장단 등이 “성원 부족이 집행부의 미온적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 의원들의 불성실한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책임전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종회 유예결정에 앞서 의장 정문, 부의장 각림, 총무분과위원장 선광 스님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종회 유예결정에 앞서 의장 정문, 부의장 각림, 총무분과위원장 선광 스님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종단 일각에서는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집행부의 미온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도 “과도한 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조계종 총무원은 정 의원이 10월5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이를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지칭해 불교계를 매도한 발언에 대한 법보신문의 첫 보도 이후 10월8일 대변인(기획실장)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유감표명과 함께 정 의원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교구본사주지협의회와 중앙종회의장단, 중앙신도회 등의 성명도 발표됐다. 그런가 하면 총무원 문화부장 성공 스님은 여의도 국회와 정 의원의 사무실이 있는 마포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집행부는 10월20일 공개사과를 한 데 이어 11월1일 대변인을 통해 당 차원의 공식 사과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월8일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예방해 또 한 번 공식사과했다. 두 차례에 걸친 여당 집행부의 사과에 이어 여당 대선후보가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총무원 집행부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중앙종회가 공동 대응을 통해 얻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물론 불교계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청래 의원의 공개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총무원 집행부도, 더불어민주당 집행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것은 면책특권이 보장돼 법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때문에 총무원 집행부는 최근 정청래 의원의 사과는 별개로 해마다 되풀이되는 해묵은 ‘문화재관람료’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여당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지금 상황으로선 더 효율적이라는 게 총무원 집행부의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미온적 대응”을 운운하며 중앙종회가 본회의를 유예시키고, 본연의 역할인 중앙종무기관 내년 예산안 심의를 하지 않는 것은 “중앙종회가 총무원 집행부의 발목을 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교계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조계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대 종교단체인 조계종이 일개 국회의원에게 사과 운운하며 물리적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종단 위상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현명하지도 않은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222회 중앙종회 정기회가 유회되면서 조계종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하게 됐다. 11월16일까지 회기가 예정돼 있지만 성원을 충족시키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앙종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조계종은 내년도 예산안 없이 종단을 운영할 수밖에 없어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중앙종회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609호 / 2021년 11월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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