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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 이제 불교계가 나서야 한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1.11.15 16:37
  • 호수 1610
  • 댓글 2

기고-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환경문제 60%는 개인소비…생활습관 바꿔도 30~40% 예방
육식 비효율성이야말로 오늘날 과잉을 낳는 대표적인 증상
육식 여부에 오계·육바라밀 등 불교 모든 것이 다 걸려있어

전례 없는 기후변화의 경고 속에 12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막을 내렸다. 겨우 석탄 감축엔 어느 정도 합의했지만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시점을 앞당기는 합의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줄이고 산림 파괴를 멈추기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메탄서약’은 메탄이 100년 이상의 이산화탄소에 비해 8년 정도만 대기 중 잔류하고 감축도 쉽기 때문에 지구 온도를 빠르게 냉각시켜 에너지 전환의 시간을 벌게 한다. 또한 2030년까지 삼림 벌채를 끝내겠다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도 주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삼림보호는 단기간에 대규모의 탄소를 흡수하는 검증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세계가 COP26에서 한 약속을 다 지킨다 하더라도 파리기후협약의 1.5도 온난화 목표달성은 어렵다. 그런 점에서 두 합의는 기후과학의 성과에 기초한 전략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최선의 합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온전한 게 아니다. 메탄 배출과 삼림 파괴의 최대 주범인 농축산업은 감축이 어렵고 쇠고기 산업의 종말을 우려해 다뤄지지 못했고 관련 주요 당사국들이 빠진 점은 아쉽기 그지없다.

이제는 소비패턴 전환이다. 세계가 노력한 협상의 결과를 보완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에로의 근본적 전환을 꾀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환경문제의 60%는 개인소비가 만들어내고 우리 모두가 생활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환경파괴의 30~40% 정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시장과 기술, 정부의 힘만으로는 위기의 원인인 과잉 즉 생산력과 소비 지상주의를 피할 수 없다.

현실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갖는 자본 자체의 자기강화적 순환은 물론, 야만적 국가 간의 관계 전환도 상호연기와 깨어있는 소비자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육식의 비효율성이야말로 오늘날 과잉을 낳는 논리의 상징이자 대표 증상이다. 세계농지 83%를 사용하고도 사람의 칼로리 18%만을 제공하는 것을 봐라. 연간 약 10억명이 굶어 죽는데 세계 식량의 40%는 가축사료로 투입된다. 팬데믹과 기후변화 등 환경비용을 포함하면 햄버거 하나의 실제 가격이 20만원이 훨씬 넘는다. 채식과 비건에의 전환은 지속가능성의 선순환을 이끄는 연결 고리다. 채식과 비건을 통해 메탄을 감축하면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 전환에 시간을 벌 뿐 아니라 토지 숲 바다 등 흡수원의 재생은 물론, 식량과 인간 건강, 물 부족과 생물다양성 등 지구 복원력의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된다. 연간 750억 마리가 무자비하게 죽임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은 말할 것 없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이 전 지구적 생명 유지 시스템을 훼손하고 우리의 건강, 생명 및 삶의 터전을 공격하고 있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우리는 기후변화의 희생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다. 나의 온실가스 배출로 자신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다른 사람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자신과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그 상처가 누적되는지도 모르면서 지내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고기를 먹느냐 마느냐는 불살생뿐만 아니라 불교의 오계와 육바라밀 모든 것이 다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계율의 ‘율’은 강제가 아니라 광대한 공동체와의 조화이자 음악의 리듬이다. 계율은 ‘불이’를 전제로 하며 본래의 자비를 표현하고 키우는 삶의 길이다. 조화 속에서만이 인간은 물론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수 있는 법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기후위기를 비롯한 지속가능성 위기는 자연과 생명에 행한 것이 곧 자신에 행한 것임을 입증하는 최종 증거다. 자연과 생명은 우리 자신의 거울이자 한 몸인 것이다. 자연과 생명이 파괴되면 인간의 본래 감수성과 직관 및 상상력의 발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속가능성 위기는 영적 위기이다. 기후대응이란 기후변화로 연계된 인간 상호간의 파멸적 관계 및 우리의 일상을 자각할 때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불교계가 나서야 하고 소비패턴 특히 비폭력 식사에의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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