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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론-실천론 천착…중국불교 독창성 규명

기자명 이광우

⑧ 중국인민대 팡리티엔(方立天) 교수

『불교철학』 최고의 불교입문서로 명성

노령에도 연구활동 왕성…후학에 귀감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팡리티엔(方立天) 교수의 연구실은 문이 닫혀 있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오실 테니 잠깐 기다리라는 직원의 말을 듣고 연구실에서 그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연구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검소한 연구실 분위기로만 봐서는 여기가 위대한 불교학의 산실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5분 남짓 기다리고 마침내 사진으로만 뵈었던 그 분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불교-철학사 교섭 연구 대가

시종 소박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연구 주제를 설명하실 때는 단호한 어조로 일갈하시는 노교수의 눌변 속에는 묘하게도 힘이 넘쳐나고 있었다. 더구나 자강불식(自强不息)! 팡리티엔 교수의 인생관을 설명하는 데는 두말이 필요 없다. 그는 일생동안 불교사와 철학사의 교섭 양상에 주목한 학자다. 연구를 시작한 초기부터 그의 주된 관심사는 두 사상체계의 용이한 접근방식과 연구방법의 개발이었다.

그의 학술 활동은 크게 네 시기에 거쳐 사상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그만의 독특한 학문세계를 완성해 갔다.

첫 번째 시기는 베이징대에 입학해서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던 해까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팡 교수는 대학에 진학해서 저명한 학자들의 정신세계에 감화를 받으면서 베이징대도서관에 있는 풍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의욕이 가득 찬 시기를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중국인민대에서 교학하면서 이 시기에 비로소 위진남북조시대와 수당시대의 문화적 중요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불교가 중국에 전래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철학, 사회, 문화, 예술, 풍습 등의 일대 변화가 일어났으며, 철학과 불교 두 분야를 연구하려던 그는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중국 철학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 이 문제를 통합적이고 상호관련성의 관점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때 법존(法尊) 스님과 정과(正果) 대사 등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나아가 불교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중국불교협회에서 주관하던 중국불학원에서 8개월 동안 생활하기도 했다.

두 번째 시기는 1967년 문화혁명이 시작될 때부터이다. 그는 한창 연구 활동에 몰두할 만한 열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연구 분위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회의 분위기는 지식인들을 아주 천시하는 상황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학문에 매진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동료 교수들과 함께 지앙시성(江西省) 워장농장(余江農場)에서 노동을 했을 정도로 이 시기는 그에게 아주 힘겨운 고난의 시기였고 학문적으로도 그러했다. 그렇지만 늘 『노신전집』을 읽으면서 학문에 대한 열정만은 간직한 채 학문적 여건이 조성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


인문학 각 분야에도 깊은 조예

세 번째 시기는 1978년부터 1987년까지이다. 이 시기에 『위진남북조불교논총(魏晋南北朝佛敎論叢)』(1982)이란 저술한다. 이 책은 초판을 찍고 지금까지 수차례 판을 거듭할 정도로 불교학의 명저로 손꼽힐 만큼 좋은 평가를 받는 그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방 교수는 불교 전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 『중국불교사상사료선편(中國佛敎思想史料選編)』(4권 10책)을 편집해서 간행한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할 만한 저서로는 1986년에 간행한 『불교철학(佛敎哲學)』이 있다. 1986년 중국도서영예상, 1988년 중국인민대학도서우수상, 1995년에도 상을 받았던 이 책은 본격적인 불교입문서로서 명성이 높다. 이 책은 1993년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바 있다. 그는 이 시기에 불교와 중국문화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1988년에는 『중국불교여전통문화(中國佛敎與傳統文化)』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철학을 위시해서 윤리, 문학, 예술 등 각 방면에 걸쳐 불교와 전통문화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다. 1990년에 간행된 『중국고대철학문제발전사(中國古代哲學問題發展史)』는 장다이니엔(張岱年) 선생의 연구 성과를 계승하여 우주관, 시공관, 도덕관, 천인관, 지행관 등 12가지 분야의 성과를 총망라한 성과물이다. 이 시기에 그는 불교사와 철학사의 두 방면의 전문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네 번째 시기는 1988년 이후 지금까지이다.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그는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중국불교철학을 연구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성과를 집대성해서 엮은 책이 『중국불교철학요의(中國佛敎哲學要義)』 상, 하권이다. 이 책이 간행된 이후 학계, 불교계, 정계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그는 쉼 없는 연구주제의 발굴과 체계적인 연구 방법의 개발, 기초 지식의 배양을 통하여 중국불교사와 철학사의 관련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그의 연구 방법론은 한결같이 불교사상의 중국적 변용과 그 관련 양상을 탐구하는 데서 찾고 있으며, 나아가 체계적인 접근방법을 강조한다.

그가 이룬 학문적 성과는 결코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그는 불교사상을 연구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으로 불교전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라 역설했다. 그래서 방대한 불교의 사상체계와 그 문화적 양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불교만의 독특한 내재적 원리가 무엇인지를 찾고자 지금도 노구의 몸을 이끌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중국불교의 특징이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고 파악했다. 심성론(心性論)과 실천론(實踐論)이 그것이다. 그가 이렇게 보는 이유는 중국불교의 사상이 시대에 따라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많은 종파가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심성을 보는 시각도 모두 달랐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불교가 중국문화에 맞게 변화하게 된 원리를 찾는 것도 그의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불교의 독창성과 그 가치를 발견하려는 데 있다. 그리하여 중국불교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종합하고 있다. 거악종선(去惡從善), 평등자비(平等慈悲), 자리이타(自利利他)가 그것이다.


불교자료 체계적 정리 역설

71세의 연세에도 아랑곳없이 왕성한 연구 활동과 저작을 간행하시는 모습은 후학들의 귀감이 될만한 분이다. 최근에는 교육부인문사회과학연구항목중점과제로 몇 년간 연구해오던 『유불도삼교관계사(儒彿道三敎關係史)』(제1기 동한(東漢) 삼국(三國))와 『상관자료색인(相關資料索引)』 두 권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제출한 바 있다. 이 과제는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연구과제로서 제6기 명청시대까지 앞으로 1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대 역사다. 그리고 이 과제를 주도하는 중국사상계의 지성이 바로 팡리티엔(方立天) 교수인 것이다. 인문학 분야의 학문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분의 폭과 깊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앞으로 시대를 앞서는 역작을 또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어느 잡지에서 너무나도 고향이 아름다웠노라고 직접 쓰셨던 글처럼, 아마 그 분의 학문 세계는 그가 꿈꿨던 고향의 아름다운 풍광 만큼이나 필자의 눈에는 찬란하게 보였다.


이광우/베이징 제이외국어대 교수

lkw07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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