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실 능침사에서 찾아낸 조선불교 생명력

  • 불서
  • 입력 2021.11.22 13:07
  • 수정 2021.11.22 15:18
  • 호수 1610
  • 댓글 0

조선 왕릉의 사찰
탁효정 지음 / 역사산책
368쪽 / 2만원

조선 왕릉의 사찰

조선시대는 불교계에 혹독한 시련의 시기였다. 불교는 삼국·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찬란한 문화를 주도했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사찰은 경제 기반을 잃었고 출가의 길마저 원천 봉쇄되는 법난의 시대와 마주했다. 하지만 혹독한 500년 억불의 시대를 건너면서도 조선시대 건립된 사찰 전각들이 많고 뛰어난 고승들이 다수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일까.

저자의 문제의식은 ‘조선불교는 어떻게 살아남았고, 그 생명력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조선불교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법보신문 기자로도 활동한 저자는 해답의 실마리를 왕실불교에서 찾고 있다. 왕실에서 부모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사찰들이 왕실원당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 내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의 왕실원당 중에서 큰 축을 이루는 능침사를 다룬 첫 학술서다. 2014년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창의연구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연구를 진행하고 이후 4년간 수정과 보완을 거친 결과물이다. 능침사(陵寢寺)는 능사(陵寺), 재궁(齋宮), 재사(齋舍), 조포사(造泡寺), 조포속사(造泡屬寺)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왕과 왕비의 위패를 봉안하고 왕릉을 보호·관리하며, 능 주인의 제사를 담당했던 독립된 사찰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존재했던 능침사는 유교를 건국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시대 왕릉에도 세워졌다. 현재 50여 왕릉에 이름이 확인되는 사찰은 불암사, 흥천사, 신륵사, 남장사, 봉선사, 수국사, 진관사, 보광사, 봉은사, 대자사, 묘적사, 봉릉사(금정사), 용주사, 화양사(영화사), 동화사 등 62개에 이른다.

저자는 중국에서 처음 등장하는 능침사의 기원, 삼국시대와 고려에 설치된 능침사의 원형, 조선 왕릉에 속한 불교식 재궁, 능침사, 조포사를 왕릉별로 정리했다. 이어 조선시대 왕릉수호사찰이 가지고 있었던 본래 특징과 부가적인 기능 등을 나누어 소개하고, 왕릉을 통해 계승된 불교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능침사가 조선후기까지 지속된 요인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조선후기에는 능침사가 산릉 제사를 보조하고 주변 산림을 관리했기에 호조와 내수사 등 재무 관련 기관에서 이들 사찰을 적극 활용했다. 반면 사찰 입장에서도 능침사 지정은 왕실원찰이라는 명예를 넘어 사찰의 존속과 결부되는 일로 지방관아와 토호들의 극심한 수탈과 잡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보호막이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왕릉수호사찰의 특혜와 국가의 경제성이라는 공생관계가 조선시대 불교가 존립할 수 있었던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조선불교는 불교학계에서 가장 외면 받는 분야 중 하나였다. 퇴보라는 관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억불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선불교의 노력들은 그 어느 시기보다 역동적이었으며, 과거의 영화와 기득권을 버리는 대신 왕실 여인과 민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조선 불교계의 눈물겨운 분투기이자 생존기이며, 동시에 생생한 성공기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