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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장(地藏)신앙의 태동과 삼계교의 말법사상

기자명 법공 스님

지장 신앙, 삼계교로부터 시작돼

다섯 번에 걸친 정부 탄압으로 
‘삼계’와 ‘지장’ 용어 함께 못 써
초기는 오로지 ‘십륜경’ 의지해 

삼계교에 대한 자료는 상당히 폭 넓다. 실천적 행법 또한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삼계교와 지장신앙이 어떠한 경전 유통을 통해 어떻게 사상을 성행하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간략히 논하도록 하자. 신라에서 일어난 지장(삼계) 사상에 대해서는 마지막 연재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사실 지장교(지장신앙) 발원지는 삼계교이다. 하지만 다섯 번에 걸친 정부의 탄압으로, ‘삼계’라는 이름과 함께 ‘지장’이란 명칭은 더이상 겸용할 수가 없게 됐다. 삼계교 역사는 이렇듯 900년대 중반까지 그늘 속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삼계교 지장신앙은 ‘말법사상’과도 관련이 깊다. 신라승이자 삼계사(三階師)였던 신방(神昉)의 ‘대승대집지장십륜경’(이하 십륜경) 서문에는 “오탁악세의 무불(無佛) 세계에 있어 유정(有情)을 성취하며, 본원(本願)은 예토(穢土)에 있어서 악(惡) 중생을 교화시킨다. 이는 삼계교 근본 정신 또한 지장사상에 근원을 둔다”고 한다. 

중국에서 지장신앙이 처음 도래한 정보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당나라 도세의 ‘법원주림’ 권17에 의하면 초전 시기가 3세기 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삼국시대의 오나라, 동진 및 남조의 유송, 남제, 양나라와 진나라가 존속했던 육조시대에서 수나라 통일에 이르는 400년 기간동안, 지장은 관음·미륵·아미타와 함께 신앙되었다. 

도세의 기록이 사실이라면, 지옥·아귀·염라왕·지옥 변상도 등 단어에 앞서 2~3세기 먼저 ‘지장’이라는 용어가 존재했다는 의미가 된다. 

삼계교 지장신앙 발전에 모티프가 된 경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지장의 공덕을 설한 중요한 경전은 세 가지다. ‘십륜경’ ‘점찰선악업보경’ ‘지장보살본원경’이다. 이 가운데에서 ‘십륜경’과 밀접했다. 삼계교조인 신행이 살았던 시대에는 삼계교 소의경전으로서 ‘삼계불법’ 4권의 인용횟수를 각각 밝히고 있다. 이중 ‘십륜경’이 120회로 다른 경전들보다 더 많이 인용됐다. 

뿐만 아니라 ‘염불경’에서는 지장예참을 권했다는 일화가 나온다. ‘십륜경’에 따르면 일 백겁동안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것이 밥 한 끼 먹는동안 지장보살을 염하는 것만 같지 않다고 한다. 삼계교도가 지장보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삼계교를 연구한 일본인 불교학자 시취(矢吹)도 초기의 삼계교는 오로지 ‘십륜경’에 의했다고 한다. 따라서 ‘십륜경’과의 관계를 본 후, 지장교와의 관계를 모색하여야 한다. 

논지를 잠시 벗어나긴 하지만 이와 곁들여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자면, 지장신앙의 극대점에는 신라의 신방 스님이 있다. ‘금강삼매경’은 신방의 저작이다. 삼계교와 뿌리 깊은 지장신앙의 발전 선상에 이 ‘금강삼매경’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불교학회가 삼계교와 신방의 연구에 미흡한 근시안적 사고에 머물러 있어 ‘금강삼매경’이 지장신앙의 발전 선상에 있다고 보지 않는 시각도 많다. 

신방 스님은 지장 신앙을 대표하는 ‘십륜경’의 번역승이다. 스님에 대한 혹평은 ‘자경록’ 등에서 신랄하게 반복된다. 

“신방은 소년 십륜을 배워…분소의를 입고 육시예참과 걸식을 업으로 삼으며 매일 ‘십륜경’과 ‘반야경’을 독송하였으나 임종시는 생신으로 지옥의 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이러한 혹평이야 말로 지장신앙 전법 가운데 신라승 신방 스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끝으로 ‘십륜경’에서는 “나의 법을 따라 출가한 자라면, 계행을 지킨 비구이든 계행을 파한 이든, 계행이 없는 이든 간에 나는 오히려 전륜왕, 국왕, 대신들이 세속법을 의지하여…때리거나, 감옥에 가두거나 생명을 끊는 것을 허락지 않거늘 하물며 법에 의지하지 않은 일이겠느냐?”라고 전한다. 지장의 말세구제의 본원력에 의해 악비구를 옹호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법공 스님
법공 스님

여기서 ‘십륜경’ 자료와 연구 상황에 대해서는 들어가지 않겠다. 다만 ‘십륜경’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장삼부경’ 가운데 하나인 ‘점찰선악업보경’과의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경전이라는 것을 일러둔다. ‘점찰선악업보경’을 근본으로 한 신라 진표율사의 점찰참회가 흥행한 것은 모두 삼계교를 바탕으로 해 발현된 것이다. 즉 지장신앙의 연구에 있어서 빼놓아서는 안 될, 필요불가결한 부분인 것이다.

법공 스님 동국대 경주캠퍼스 전 선학과 겸임교수
hongbub@hanmail.net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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