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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아바야 왕자를 교화하다

여래는 진실된 말이라도 때를 봐서 말한다

빔비사라왕의 아들 아바야 왕자가
니간타 나따뿟다 질문 붓다께 전해
질문에 일방적인 대답이란 없으며
반드시 때와 장소를 살펴 말해야

아바야(Abhaya) 왕자는 마가다국 빔비사라왕의 아들이다. 빔비사라왕에게는 아자타삿뚜라고 하는 장자가 있었는데, 아바야는 그의 이복동생이다. 경전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자이나교의 교주인 니간타 나따뿟따와 친분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그가 자이나교도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아직은 부처님의 제자도 아니었다.

아바야 왕자에 대한 이야기는 ‘맛지마 니까야’ 58번경에 ‘아바야 왕자의 경(Abhayarājakumārasutta)’에 전한다. 

이 경에서는 흥미로운 두 가지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여래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스럽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가?’이고, 또 하나는 ‘다양한 출신의 학자들이 여래께 질문을 하면, 그것을 예상해서 답변을 준비하는가?’이다. 

이 주제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전자의 경우는 니간타 나따뿟따가 아바야 왕자로 하여금 부처님을 찾아가 논파하라고 하면서 제시한 질문이다. 만약 이렇게 질문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사랑스럽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하면 ‘당신과 일반사람과 차이가 무엇이냐’고 하면 부처님이 답변하지 못할 것이고, 만약 ‘그러한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 ‘데와닷따는 지옥에 있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 괴로움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데와닷따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스럽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 아니겠는가’라고 하면 답변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제시된 질문이다. 

이는 니간타가 재가자인 아바야 왕자를 시켜 부처님을 망신 주고자 한 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왕자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니간타가 제시한 질문을 하게 된다.

[붓다] 왕자여, 그러한 질문에 대하여 일방적인 대답은 없습니다.
[아바야 왕자] 세존이시여, 그렇다면 니간타들은 패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니간타가 쳐 놓은 언어의 그물을 간파하신 것이다. 그러자 아바야 왕자는 니간타들이 어리석었음을 고백하고,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게 된다. 이에 부처님은 올바른 말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게 된다. 부처님은 말을 하는 방식을 6가지로 제시하는데, 그 중 핵심인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붓다] 여래는 사실이고 진실이고 유익한 말을 아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스럽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는 그 말을 말해야 할 때를 고려하여 말합니다.

여래는 사실이고 진실이고 유익한 말을 아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스럽고 마음에 들 때에, 여래는 그 말을 말할 때를 고려하여 말합니다.

말은 기본적으로 ‘사실이어야 하고, 진실이어야 하고, 듣는 자에게 유익함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말이 때로는 듣는 이가 불쾌할 수도 있고, 좋아할 수도 있는데, 어느 때이든 상황에 딱 들어맞을 때 말을 해야 그 말이 참으로 상대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라고 해도 유익함이 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편 두 번째 질문 즉 ‘다양한 출신의 학자들이 여래께 질문을 하면, 그것을 예상해서 답변을 준비하는가?’에 대해서 부처님은 이렇게 답변하신다.

[붓다] 왕자여, 그대는 수레의 각 부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습니까?
[왕자] 예 그렇습니다.
[붓다] 그러면 그대는 누군가 수레의 각 부품에 대해 질문하면 미리 마음으로 답변을 예상하고 말합니까, 아니면 그 자리에서 그 답변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왕자] 저는 부품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 자리에서 답변이 나옵니다.
[붓다] 왕자여, 그와 같이 여래에게도 법계는 충분히 알려져 있기에, 답변이 바로 나타납니다.

이는 즉문즉설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왕자는 재가신자로서 살겠다고 다짐하며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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