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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부갈등

기자명 김효선

부부관계 회복 위해 대화·신뢰 중요

노년기 부부관계는 새로운 과제
관계는 혼자 노력해서 될 일 아냐
아내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하고
동반자로서 존중하는 자세 필요

Q. 얼마 전까지 일을 하다가 은퇴한 70세 남자입니다. 얼마 전부터 아내가 “더 이상은 힘들어서 당신하고는 못 살겠다. 40년 가까이 남편 뒤치다꺼리만 하며 살았는데, 이젠 더 이상 못하겠다”며 차라리 따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저는 부부 사이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은퇴 후 아내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만 고민했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평소 화가 날 때 아내에게 말을 심하게 하기도 하고, 3년 전쯤에는 이 문제로 싸우다가 욕설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바로 사과했고, 이후에는 욕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바쁘게만 지냈던 저 대신 자식 둘을 잘 키워 출가시키고, 빠듯한 살림에도 이만큼 지내게 된 것을 집사람 덕분이라 고맙게 여기며 지내왔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내 없이는 안될 것 같은데 아내는 저와 생각이 다른 것 같고,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A. 아내가 무조건 힘들다고만 이야기하고 따로 살고 싶어하는 이유를 모르겠으니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어르신은 나이가 들수록 아내와 잘 지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지는데 아내는 정 반대로 이야기하니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떠하냐에 따라 삶에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노년기에 있어 가족(부부)관계는 정서적 지지로 인한 안정감, 유대감, 소속감을 줄 수 있는 관계망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노후의 원만한 부부관계 유지가 새로운 과제로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대화와 신뢰일 것입니다. 관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 수도 없고, 상대방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내가 무엇 때문에 따로 살자는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전의 상황들을 살펴보고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선 어르신이 평소에 아내에게 하는 말이 곱지 않았다면, 아내는 오랫동안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왔을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은 자녀들에게 흠이 될까 참았을 수 있었겠지만, 모두 출가한 상황이라면 아내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더욱이 생계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지만 아내 혼자 아이들과 집안살림을 돌봐왔다면 두 분 간의 대화가 부족했을 거라 짐작됩니다. 이로 인해 아내의 오랜 상처와 묵은 감정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지금의 아내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아내에게 사과를 했더라도 진정성 없는 사과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또 다른 상처나 감정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미안해’라는 한마디로 사과를 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과’는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며,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은 채로 사과한다면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어르신의 마음이 편하자고 한 사과는 아니었는지도 살펴보고 아내의 감정을 이해할 시간을 갖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혼자 힘으로 힘들 때는 자녀들이나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 가족상담이나 부부상담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어르신상담센터 외에도 지역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부갈등을 위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 해온 반려자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라도 삶이 힘들고 배우자가 야속하게 느껴질 겁니다. 어르신이 아내와의 관계회복을 원하는 만큼 아내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동반자로서 존중한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내도 어르신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주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김효선 서울시어르신상담센터 과장 hsiris@empas.com

[1610호 / 2021년 11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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