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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페이스북 변화와 한국불교의 방향

기자명 자현 스님

‘변화’는 불교의 장점이자 의무

구글·인스타·틱톡·유튜브 등
온라인 포진한 거인에 이어
‘메타버스’까지 등판 예고
‘묵수’는 종언 고하는 비극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하면서 종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모든 서비스와 편리함이 더욱 인터넷으로 집결되는 모양새다. 물론 인터넷으로만 들어간다고 해서, 곧장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닌, 전산화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초신성 같은 최강자의 위상과 직결되는 핵심이자 관건이다.

종교는 인류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오프라인의 거인이다. 이 거대공룡이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급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20대의 80%가 종교에 무관심하다는 통계를 통해 분명해진다. 즉 이들이 기성세대가 될 때, 우리나라는 유럽보다도 심각한 종교의 빙하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종교들은 미래가 없는 터널로 이미 진입한 셈이다.

포털에는 구글이 있고, 사진에는 인스타그램이 있다. 또 짧은 영상에는 틱톡이, 중간 길이에는 유튜브가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처럼 긴 영상에는 넷플릭스라는 절대 강자가 있다. 그러나 한국종교는 전체를 합해도 인터넷 안에서는 독도와 같은 작은 섬에 불과하다. 한국종교 전체 유튜브 구독자들 합이, 인기 유튜버 한 명을 상대하기가 버거운게 현실이다.

1970∼90년대 민주화와 개발 시대에, 불교는 도심 포교에서 무력했다. 이것이 한국불교를 산중에 발목이 묶인 전통 종교라는 낡은 인식의 늪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결과가 오늘날 신도와 함께 출가자가 감소하는 극심한 이중고이다.

통계에 따르면 20대의 93%, 30대의 50%가 미혼이며, 이들의 독신과 비혼 비율은 매일 같이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것이 출가와는 무관하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교와 출가가 상징하는 낡은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 사회의 도래로 인해, 이제 산사라는 거리의 제약은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명상과 힐링 등의 가치가 대두하면서, 산사만의 장점이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한국의 종교 판도를 바꾸고,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이룩할 수 있는 한 방은 ‘인터넷 안으로 얼마나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느냐’이다. 즉 종교에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한국종교 안에서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절대권자로의 변모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인 것이다.

지난 10월29일, 전 세계 7위 기업으로 시가총액 1000조가 넘는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420조 정도이니, 페이스북은 삼성의 2.5배 정도 큰 기업이다. 여기에 영업이익 역시 50조를 넘으며 삼성전자를 압도한다.

그런데 이런 초일류 기업이 미국 젊은이의 이용 비율이 떨어지고,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 사명 자체를 바꾸는 대전환에 돌입한 것이다. 기존의 페이스북이 만들어 놓은 높은 인지도를 버리고, 메타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적게는 수십조 많게는 100조를 넘는다. 그럼에도 마크 저커버그는 이를 단행한 것이다. 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아니면 죽음일 뿐이라는 처절한 자기반성의 결과이다.

불교는 연기법에 근간을 둔 무상(無常. 항상하지 않다)이라는 변화의 철학이다. 이런 점에서 불교는 가장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DNA를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불교에 있어서의 변화란, 부처님의 정신을 계승하는 올바름이라고 하겠다. 이는 바꿔 말하면, 과거의 화석 같은 묵수(墨守)는 불교의 종언을 고하는 비극이라는 의미도 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 더 이상 양보할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메타로의 전환은 바로 이 점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이런 점에 이는 한국불교의 미래방향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엄청나다고 하겠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611호 / 2021년 12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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