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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나무에 오르고 싶거든

기자명 성진 스님

갑(甲)과 을(乙) 이라는 두 나무꾼이 있었다. 을은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처럼 높은 나무에 올라 굵고 좋은 나무를 많이 했다. 그러나 갑은 겁도 많고 나무를 잘 타지 못하여서 낮은 곳에 있는 작은 나무나 떨어진 가지를 긁어모아 일을 하였다. 을은 언제나 갑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좋은 땔감의 나무는 높은 곳에 있다네. 자네 같이 평범하게 아래에서 나무를 하면 죽도로 일을 해도 남보다 낮을 수 없다네. 나처럼 높은 곳에 올라와 일을 하게.” 하지만 갑은 을에게 “대개 큰 이익을 얻으면 화(禍)의 근원도 깊고, 단번에 공(功)을 얻으면 잃는 것도 빠르다네.” 늘 이렇게 이야기하며 을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을이 벼랑에 있는 높은 나무에 올라서 가지를 치다 그만 떨어져 두 눈을 잃고 허리와 다리가 부러져 평생 나무를 하지도 걷지도 못하고 시체처럼 누워만 있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 정신이 든 을이 자신의 아버지를 갑에게 보내 높고 낮음에 관해 묻게 하였다. 

이에 갑이 말하기를 “대개 위와 아래는 정해진 위치가 없고, 낮고 높은 것에도 정해진 이름이 없습니다. 아래가 있으면 반드시 위가 있고, 낮은 것이 없다면 높은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아래로 인해서 위가 되고 높은 데를 오르자면 낮은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높은 것은 낮은 것이 모인 것이며 아래는 위가 되는 시작입니다. 항상 높은 곳에서 그 높음을 잃게 되면 낮은 데서 편안하고자 해도 될 수 없고, 위만을 즐거워하면 금방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저는 을과 함께 오랫동안 산에서 나무를 하였는데 언제나 을의 반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도 을을 부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두 좋은 나무를 하고 싶어 하지만 좋은 나무란 위험이 도사린 높은 곳에 있습니다. 을도 좋은 나무만을 얻기 위해 높고 위험한 곳에서 나무를 하다 폐인이 되었지만 저는 비록 평범하게 나무를 하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다치지 않았으니 늙어 죽을 때까지 나무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보면 어느 것이 많고 적으며, 어느 것이 높고 어느 것이 낮은 것이 되겠습니까” 

이것은 조선 전기 문인인 강희맹의 ‘승목설(昇木設)’에 나오는 이야기의 일부이다. 큰 이익에 눈이 멀면 위험한 지를 모르게 되어 더 올라가려고 하고 오르면 오를수록 위험해지는 이치는 모두가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처럼 막상 자신의 경우가 된다면 이미 오른 위치는 자신에게 더 이상 높은 곳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지 못한다. 이런 욕망은 10층을 그냥 1층이라는 착각을 준다. 그래서 한 층이라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9층이 아니라 지하1층으로 떨어진 것 같은 좌절의 고통스러운 상실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욕망의 착시가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통치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그 자리’로 옮겨간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 스스로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많이 올라왔다 생각하여 오르는 것을 멈추고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역사의 시행착오를 통해 제도와 법이란 것으로 정해진 시간만 머물게 하는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권력이 있는 높은 곳에 오르려는 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견(正見)은 ‘승목설’에 나오는 갑의 안목이다. 그래야 두려움을 알고 조심하며 낮은 사람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보다 위험한 것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오르고자 하는 자 스스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받아야 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정견(正見) 또한 매우 중요하다. 원숭이처럼 뽐내고 저 멀리 있는 바닥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를 알아보지 못하면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낮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한 자(者)를 매우 위험한 곳에 둔다는 생각으로 선택했으면 한다.

성진 스님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미래세대위원 sjkr07@gmail.com

[1612호 / 2021년 12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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