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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 스님을 기리며

12월16일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순천 송광사에서는 구산 스님 열반 38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 일반 신도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했지만, 추모의 열기는 뜨거웠다. 살아생전 스님을 친견하진 못했지만 보조사상을 전공하는 필자에게 있어서 효봉 스님과 구산 스님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1969년 송광사에 조계총림이 만들어지고 초대 방장으로 구산 스님이 취임하셨고, 1983년 열반에 드실 때까지 수많은 불사를 통해 오늘날의 송광사를 만드셨다. 그중에서도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목우가풍을 재현하고 제2 정혜결사를 통해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한 공로는 잊을 수가 없다.

스님은 철두철미한 수행 정진과 탁월한 지도력으로 조계총림을 이끌어 나갔다. 이러한 조계총림을 후원하기 위하여 전국 대도시마다 ‘불일회’를 결성하고 7바라밀 사상으로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이 실천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1972년 송광사에 불일국제선원을 개설하여 이곳에서 외국인 승려들에게 간화선을 지도하였다. 숭산 스님과 더불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는데 선구자의 길을 걸으신 것이다. 또 스님은 1973년에는 미국에 삼보사와 LA 달마사를 개원하였고, 1974년에는 서울에 법련사를 개원하였으며, 1980년에는 송광사 LA 분원인 고려사를 개원하였다. 그리고 1982년에는 구미에 불승사와 대각사를 개원하여 한국불교의 선사상을 크게 진작시켰다.      

1987년 보조사상연구원이 개원하게 된 것도 보조 스님의 사상을 통하여 무너져가는 한국불교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원을 세우셨던 효봉 스님과 구산 스님의 유지에 의한 것이다. 구산 스님에게는 몇 가지 별명이 있다. ‘우바리존자’ ‘단지 비구’ ‘일 수좌’ ‘효 상좌’ ‘아홉 산 스님’ ‘이뭣고 스님’ 등이 그것이다. 굳이 사족을 붙이지 않아도 이러한 별명만으로도 한평생 스님의 면모가 드러난다. 

1983년 동안거 결제법어를 마치시고 난 어느 날 스님은 세상의 인연이 다 되었음을 공표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겼다.

“첫째, 내 몸에 주사를 놓지 말라. 둘째, 좌선의 자세로 장례를 치르라. 셋째, 화합하여 살아라. 넷째, 선풍(禪風)에 누가 되지 않게 하라. 다섯째, 자기를 속이는 중노릇하지 마라.”   

수행자의 바른 길은 ‘돈오 후에도 돈오에 입각하여 끊임없는 수행을 해야 한다’라고 보조 스님은 가르쳤다. 이러한 정신은 구산 스님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데, 스님은 이를 칠바라밀의 실천을 통하여 말씀하였다. “‘나’라고 하는 정의와 한계와 가치와 의무를 알고 올바른 길을 택하여 환상의 굴레를 벗고 진실한 희망의 길로 나아갑니다. 그 길은 곧 생활불교의 길인데, 칠바라밀을 칠요일에 나누어 실천하는 길입니다.”

월요일은 ‘보시: 베푸는 날’, 화요일은 ‘지계: 올바른 날’, 수요일은 ‘인욕: 참는 날’, 목요일은 ‘정진: 힘쓰는 날’, 금요일은 ‘선정: 안정의 날’, 토요일은 ‘지혜: 슬기의 날’, 일요일은 ‘만행: 봉사의 날.’ 이렇게 스님은 육바라밀에 만행을 더하여 칠바라밀을 제시하였고, 매주 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하도록 지도하였다.  

1969년부터 1983년까지 송광사에서는 기적과 같은 불사가 이루어졌다. 법제자 현호 스님을 비롯하여 스님을 진정으로 따르는 제자들이 즐비했고, 또 김법련화 보살과 같은 대공덕주들이 줄을 이었다. 38년이란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러한 흔적들이 지워져 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송광사뿐이 아니다. 정화의 정신도 결사의 정신도 희미해져 가고, 그 자리에 혹시 ‘자본’이라는 마구니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김방룡 충남대 철학과 교수 brkim108@hanmail.net

[1614호 / 2021년 12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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