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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봉사를 어렵게 하는 세 가지

기자명 황산 스님

사찰에서 봉사하는 건 큰 공덕
기도·봉사 잘하려면 발심 필요
주지스님·봉사자 태도도 중요
배려 없으면 초심자 큰 상처

‘묘법연화경’의 ‘제바달다품’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이야기가 서술돼 있다. 부처님은 전생에 한 나라의 왕이었는데 법을 위해 왕의 자리를 선위하고는 스승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스승을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과실을 따고 물을 긷고 땔나무를 하고 음식을 장만하는 등 게으르지 않고 섬기기를 천년이 넘도록 했다고 한다. 구도자가 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진실하게 보여주신 부분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이런 발심을 실천하고 있을까.

모실만한 스승이 없는 것이 아니다. 법당에 부처님과 경전 그리고 절에 오가는 모든 이들이 스승이 될 수 있다. 출가자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가자도 법당에 부처님과 경전 그리고 절에 오가는 사람들을 스승으로 모시며 살 수 있다. ‘법화경’ 같은 최상의 가르침은 법당에서 끝없이 접할 수 있다. 최상의 가르침을 늘 독송하고, 염불하며 사경하고 그것을 절에 오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재가자 중 직업이 없거나 잠시 실직 상태에 있다면 그동안에라도 사찰에 매일 출근하거나 거주하면서 기도와 봉사, 공부에 매진할 것을 권한다. 누구나 한 명쯤은 가정 혹은 가문의 업을 닦는 사람이 있으면 좋다. 온 가족이 불법에 매진하기는 어려우니 누군가 한 명쯤은 불법에 매진하여 참회기도 발원과 공덕 짓는 일을 한다면 삼보의 위신력으로 악한 일은 줄고 좋은 인연은 늘어난다. 삼재팔난과 가지가지 병, 손재(損財) 등은 사라지고 밝음과 행복, 성취 등의 일이 가족들에게 일어난다. 평생을 부처님 일에 매진하는 삶이 최상이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우면 몇 년 혹은 몇 달이라도 부처님 일에 파묻혀 살아보라.

바르게 하려면 일단 발심이 필요하다. 최상의 깨달음을 얻겠다는 서원이 점차로 커져야 하며, 적어도 나 자신 또는 가정·가문의 업이라도 닦겠다는 굳은 서원을 가져야 한다. 목표가 약하면 갈등이 심해 얼마 못가서 그만 두게 된다. 사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상처만 입게 된다. 사찰에서 오래도록 봉사하기 어렵게 하는 몇 가지 리스크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리스크는 주지스님의 인격이다. 스님들은 아직 성자가 아니다. 스님들 중엔 화내고 욕심내고 이기적이고 교양이 없는 스님도 있다. 젊은 사람이 절에 오면 깨달음으로 이끌어주어야 하는데 반대로 “젊은 사람이 왜 절에 다니느냐, 사연 있느냐, 돈 벌러 다녀라”라는 식으로 말해 인연의 씨앗을 잘라버리기도 한다. 출가자가 원력이 없고 사견이 가득하면 재가자들은 큰 상처를 입는다.

두 번째 리스크는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다. 자비로운 사람만 절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도 다니고, 폭력적, 이기적인 사람도 절에 다닌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예불이나 공부·기도·봉사를 하게 된다. 서로 주도권 다툼을 하고 끼리끼리 뭉쳐서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절에는 일손이 늘 부족하기 때문에 인격과 관계없이 대부분 참여하기 마련인데 그런 사람이 봉사를 하면 절에 오가는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어 발길을 돌리게 한다.

세 번째 리스크는 주변인들이다. 불법을 모르는 이들은 볼 때마다 안타까워 말리기도 하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 무슨 일이냐, 멋 부리고 자유롭게 살아라, 돈 벌러 다녀라, 절에 빠졌네.’ 등등 불쌍한 사람 취급을 하니 마음이 복잡하게 된다.

황산 스님
황산 스님

운명을 바꾸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발심하기도 어렵고 그 발심을 유지 발전시키기도 어렵다. 스승과 도량·도반 인연이 좋아야 물러서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도량에서 스승을 모시고 도반들과 정진하려면 좋은 인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나와 남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못하면 감정 조절에 실패해 스스로 인연을 끊게 된다. 그러니 부디 흔들리지 말고 꿋꿋하게 나아가시길 바란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wangsanjigong@daum.net

[1614호 / 2021년 12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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