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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客, 아침형인간의 본보기

기자명 박영재
최근 언론 지상을 통해 ‘아침형인간’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해, 서점에서 관련 책을 한권 구입해 읽어보았다. 물론 ‘저녁형인간’에 비해 아침형인간의 부수적인 장점들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으나 우려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부 성공한 사람들(어떻게 보면 아침에 너무 철저히 집착한 독종들)의 개인적인 특수한 사례들만을 열거한 점과 성공의 기준을 그저 세속적인 잣대로만 삼았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독자들에게 단지 왜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가 보다는 획일적인 아침형인간을 위한 기술 연마만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재가(在家) 선객(禪客)의 한 사람으로서 주로 아침형 성향인 (그러나 늦은 밤까지의 강의준비나 연구 및 원고정리 등 때로는 저녁형인간으로도 곧잘 변신하기도 하는) 필자의 하루를 소개하고, 또한 선객들을 길러내는 실천 가능한 한 방법을 제시하여 독자 여러분들이 ‘아침형인간’에 관해 보다 폭넓은 견해를 갖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먼저 나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대개 5:50 쯤 기상해 사홍서원, 반야심경, 무문관 제1칙의 평창(화두를 대하는 선객의 마음가짐에 관한 핵심 제시) 염송 및 오늘 해야 할 시급한 일들을 시급한 순서대로 머릿속으로 정리한 다음 1시간 동안 좌선(坐禪), 7:00 아침식사, 8:00에서 9:00 사이에 지하철로 출근해 연구실 도착, 9:00에서 17:00까지는 교육과 연구에 전념, 18:00 쯤 집에 도착, 19:00 저녁식사, 20:00 텔레비전 시청, 22:00 독서, 원고정리, 참회(懺悔) 및 좌선 후 23:00에서 24:00 사이에 취침을 한다.

좀더 부연 설명을 하면 기상 후 맨처음 10분간의 염송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게 하고, 그날 해야 할 일에 대한 머릿속 정리는 출근해 지체 없이 하루 일과에 뛰어들게 한다. 한편 이렇게 하루 설계가 끝나면 1시간 동안 거의 잡념 없이 좌선삼매에 몰입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재가와 승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참나의 자각, 즉 각자의 소중한 삶의 가치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더불어 함께 실천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다음 출근하자마자 바로 맡은 바 업무삼매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게 되며, 이렇게 될 때 크게 떠들 일은 아니지만 세속적 성공은 대개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한편 필자의 경우 물론 선도회를 통해 선객들을 배출해오고 있지만, 동시에 필자가 활용하고 있는,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객들을 길러내는 실천 가능한, 한 가지 방안은 다음과 같다. 보통 대학교에서 대부분의 강의는 9시에 시작하는데 필자가 서강대에서 ‘참선’ 수업을 할 때는 (어느 정도는 아침형인간 기질이 있는 학생들을 골라내기 위해) 늘 강의를 아침 8시에 해오고 있는데, 이때 매우 엄격하게 출석을 부르며, 학기초에는 각자의 인생지도 보고서 숙제, 학기말에는 무문관 제1칙 조주무자의 평창 원문을 외워 쓰고 해석하기 및 무자 화두의 각자의 경계를 시험문제(학기초에 공개)로 낸다. 그런데 처음에는 조금 색다른 교양과목 하나 수강하고 졸업한다는 기분으로 신청했던 학생들의 한 학기를 마친 수강 소감은 대부분 저절로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며 삶을 진지하게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길러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처럼 대학생의 경우에는 처음에 학점을 미끼로 자발적인 아침형인간으로 탈바꿈 시켰으나 다른 부류에 속하는 초심자들의 경우에도 스승들이 상황에 맞는 다른 좋은 유인책을 개발해 아침형이니 저녁형이니 하는 이원적 분별에서도 자유로운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선객을 길러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박영재/선도회 법사, 서강대 교수

yipark@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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