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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진 스님, 징역형에도 4대째 선학원 이사장이라니”

기자명 법보
  • 교계
  • 입력 2022.01.07 14:23
  • 수정 2022.01.11 10:21
  • 호수 1616
  • 댓글 0

특별기고-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성폭력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다시 이사장에 선출된 것과 관련해 불교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학원미래포럼은 “성범죄 전과자 법진 스님은 이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법진 스님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보내와 이를 게재한다. 편집자

변호사가 200명이 넘는 법무법인의 대표로 덜컥 선출되자, 이 일을 어쩌나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찌해야 이 노릇을 잘 해 낼 수 있느냐는 내 물음에, 다른 대형법인의 설립자로 대표변호사를 하고 있던 선배가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의 대형 로펌에서는 대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대표로 뽑는다. 그런 사람은 대표 자리를 권한과 이익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의무와 책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뽑아 놓으면 탈이 없고 잘한다. 반대로 대표를 해 보겠다고 안달을 하며 나서는 사람을 뽑으면 반드시 사달이 난다. 대표 노릇을 ‘해먹는’ 자리로 알기 때문이다.”

“중 벼슬이 닭벼슬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성철 스님은 이 말씀을 하며 항상 종정 자리를 벗어날 틈만 찾으셨다지만, 생사 문제를 걸고 출가한 스님이 수행하기도 바쁜데 어찌 소임을 받을 것이냐는 말에 나는 찬동하지 않는다. 절이고 종단이고 살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누군가는 그 어렵고 힘든 일을 맡을 수밖에 없다. 이판승만 중한 게 아니다. 사판승도 중하다.

하지만 벼슬은 권력이고 권력은 사람을 취하게 하고 취한 사람은 자칫 악사 추행을 일삼는다. 이게 문제다. 세상 이치는 때와 곳에 따라 다른 듯하면서도 같다. 무슨 벼슬이든 오래 달고 있으려 하면 망하는 것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재선되어 임기를 마친 후 종신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미국 시민들의 희망에 응하지 않았다. 장기집권이 가져올 반민주적 폐해를 걱정하며 물러났다. 그게 벌써 18세기의 일이다. 이런 이치를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을 종신으로 쥐고 있다가 급기야 3대에까지 물려주고 물려받는 북녘땅의 집권자가 한심한 것은 이런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선출하는 자리를 오래 차지하려는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부른다. 어느 선출직이든 재선을 지나 3선 이상의 길을 간 사람의 말년이 좋은 예가 드물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다른 벼슬은 몰라도 목민관(牧民官) 벼슬은 구할 게 못 된다고 하였다. 하물며 그 많은 스님과 종도를 지켜야 할 성직자 자리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더욱이 높은 자리에 앉은 이는 도덕성에 흠이 없어야 아랫사람들이 따르는 법이다. 스님이 구족계를 받는 이유는 우선 제 몸을 지켜야 비로소 하화중생의 길이 열리기 때문이 아닌가.

법진 스님이 지난 2021년 9월28일 선학원의 이사장으로 네 번째 취임했다. 법진 스님은 2019년 1월17일 대법원 판결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선학원미래포럼은 2021년 11월10일 “성범죄 전과자는 승려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창건주 권한을 박탈하고 분원장직에서도 해임되어야 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법진 스님은 꿈쩍도 않는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2018년에 개정된 선학원 정관 제8조 1호는 “이사장은 이사의 호선으로 이사회에서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6조 1호는 임원 중 하나인 이사의 선출에 관하여 “법인의 각 분원의 승려, 창건주, 분원장 중 덕망이 높은 승려를 이사회에서 선출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전의 풀이로 덕망은 ‘덕행으로 얻은 명망’을 말한다. 그냥 덕망이 있는 승려면 안 되고 덕망이 ‘높은’ 승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높아야 하는가? 규범 해석의 전문가라고 할 변호사인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성범죄를 저지른 스님은 덕망이 높기는커녕 아예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법진 스님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 중엔 이런 게 있다. “자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남이 지적해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나?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승려로는 부족하다.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야 한다.” 강제추행죄로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이가 그러고도 선학원의 최고 책임자를 칭하며 4대째 이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딱하다. 창설 100주년을 넘은 선학원을 위해서라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이는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스님들 힘으로 부족하다면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야 한다.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1616호 / 2022년 1월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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